[역경의 열매] 김해영 (20·끝) ‘아프리카 선교의 꿈’ 밀알복지재단서 새록새록

입력 2012-09-27 18:12


“김 선교사님, 밀알복지재단의 정형석 목사님을 꼭 만나보십시오.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책임자를 찾고 있습니다. 선교사님이 그 일에 적격이라 봅니다.”

그루터기선교회 조성수 선교사님의 전언이다. 아! 내가 생각하던 바로 그 일이구나. 바로 정 목사님께 전화했다.

“목사님, 내일 당장 만날 수 있을까요. 밀알복지재단이 준비하는 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내가 오히려 재촉했다. 선교에 대한 이해, 복지전문가, 그리고 아프리카 문화와 생활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 재단이 찾고 있는 사람이란다. 바로 나였다. 지난해 말 한 방송국에서 추진하는 희망TV사업 공고를 보고 ‘이 일이라면 내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부탄에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 소원을 놓치지 않고 일이 이뤄지도록 인도하셨다.

“선교사님, 이 일을 맡아주십시오. 이 일은 선교사님이 꼭 하셔야 합니다.”

“목사님, ‘불감청 고소원’이죠. 제가 정말 원하던 일입니다.”

미국에서 부탄을 위해 일하고 있는 동역자들에겐 전화를 걸어 내가 맡게 될 희망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좋습니다. 부탄 사역은 어차피 장기전이니 천천히 진행하도록 하지요. 우선 아프리카 일부터 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 일도 하나님의 일이니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올해 8월 밀알복지재단의 희망사업본부장으로 부임했다. 희망TV사업은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위해 학교를 지어주는 사업이다. 복지적 접근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게 하는 한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20년간 한국 장애인의 복지와 계몽, 선교를 목적으로 사회복지사업을 해 왔다. 현재 재단은 산하에 40여개의 복지기관을 두고 전문적인 사회복지를 구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해외사업에도 눈을 돌려 현재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 12개국의 지부를 두고 의료지원, 긴급구호, 아동 교육 및 결연, 학교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나는 10월쯤 케냐로 출국해 재단 현지법인 설립과 사무실 개설, 현지 사역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까만 얼굴에 맑은 눈동자, 커다랗고 천진한 웃음을 가진 아프리카 아이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당신은 어디서 왔나요. 당신은 몇 살인가요’라고 물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질병과 가난, 전쟁과 기아와 무지라는 인생의 장애물을 아이들이 뛰어넘을 때마다 누군가 옆에 있다면 힘이 덜 들 것이다. 눈물을 덜 흘릴 것이다. 약간의 도움만 있어도 생존과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도움은 때론 손을 잡아주는 일이기도 하고 먹고 입을 것을 건네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값진 도움은 옆에 같이 있는 것이다. 주님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많이 사랑하신다. 세상에 와 잠시 살아가는 나를 사랑하심이 얼마나 큰지! 내가 연약할수록 그분의 사랑은 더 크다. 이제 그 큰 사랑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로 세공하듯 역경은 위대한 인물을 만든다.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찾아올 많은 일들은 나를 고생시키겠지만 바로 이 고난이 나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이 말씀이 내 인생 가운데 온전히 이뤄지길 기도한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립보서 2장 5절)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