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극장가] 스크린 속 ‘광해’ 독주 누가 막을까
입력 2012-09-27 14:49
올해도 극장가는 추석 연휴를 겨낭한 넉넉한 상차림을 마련했다. 이번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3일밖에 안돼 ‘홀쭉’하긴 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주는 웃음과 감동에 빠지기에는 충분하다. 추석 극장가는 개봉 3주차를 맞은 ‘광해, 왕이 된 남자’ 대(對) 다른 영화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광해…’, 추석도 이어갈까=이병헌의 첫 사극 연기로 관심을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가장 눈에 띈다. 평가가 극으로 나뉘는 조선시대 왕 광해를 다룬 첫 영화로 실제 역사와 상상력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다. 이병헌의 연기도 코믹과 진지함을 두루 갖춰 호평을 받고 있다. 광해와 얼굴이 똑 닮았지만 왕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되는 천민이 왕이 되는 모습을 담았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영화는 김명민 유해진 염정아 주연의 ‘간첩’. 남한에 파견된 고정간첩 5명이 10년 만에 지령을 받고 함께 작전에 투입된다는 내용. 간첩신고보다 물가상승이 더 무서운 생활형 간첩들의 이야기가 코믹하게 펼쳐진다. 후반부에는 도심 추격·총격전도 나온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피에타’도 상영 중이다.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엔 불편한 영화. 대신 차분히 용서와 구원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볼 이들에게 권한다.
◇아이 손잡고 극장으로=평소 일에 바빠 아이들과 시간을 자주 보내지 못했다면 애니메이션을 추천한다. 작품 완성도가 대체로 높고 아이들의 만족도가 큰 편이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픽사의 신작. 마법에 걸려 곰으로 변한 가족을 구하기 위한 메리다의 모험담으로 사춘기 딸과 엄마가 같이 보면 특히 좋다.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는 하하와 씨스타 멤버 보라의 목소리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 황금도시를 찾아 떠나는 원정대의 모험담으로 ‘인디애나 존스’의 애니메이션판이다. 특히 조연급인 강아지와 앵무새의 활약에 아이들의 웃음보가 터진다.
‘늑대아이’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유명한 일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이다. 늑대인간과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겪은 후 남겨진 두 늑대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스트레스 해소엔 액션과 코미디=영국 출신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 2’는 군더더기 없는 액션 스릴러.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전작 ‘테이큰’에 비해 밀도가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팝콘과 콜라를 함께 하며 머리를 식히기엔 딱 좋다. 이번에도 아버지의 이름으로 납치범을 철저하게 응징한다.
중국 배우 런다화(임달화) 주연의 홍콩영화 ‘나이트폴’은 살인사건을 파헤쳐가는 경찰의 이야기. 관객이 5만, 10만, 20만을 돌파할 때마다 추첨을 통해 부산, 제주도, 홍콩 4박5일 여행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할리우드 영화 ‘19곰 테드’는 귀여운 성인 코미디. 테디 베어가 성인 남성처럼 말하고 걷고 생각하는 ‘야한 곰’ 테드로 나온다. 정교하게 만든 컴퓨터그래픽은 테드가 정말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지게 한다. ‘럼 다이어리’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큰 돈을 번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이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영화. 조니 뎁이 늘 술에 취해 사는 신문기자 역을 맡아 오랜만에 로맨스와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예술영화·다큐멘터리=캐나다 출신 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는 결혼 5년차 여성의 심리를 다룬 수작. 남편을 사랑하지만 두근거림 없는 현실에 불만을 갖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강한 끌림을 경험하고 갈등하는 이야기다.
그 밖에 미국 우디 앨런 감독의 숨겨진 사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한진중공업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희망버스 탑승객의 연대 과정을 기록한 ‘깔깔깔 희망버스’도 몇몇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