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받은 정희자 관장… “미술계 발전 위한 의욕에 불 지펴줘”

입력 2012-09-26 19:34


“이 상이 머리털 깎인 삼손에게 찾아 온 기적처럼 미술계 발전을 위한 저의 의욕과 용기에 다시 한번 불을 지펴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펜 브랜드 ‘몽블랑’이 제정한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26일 받은 정희자(72·사진) 아트선재센터 관장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통한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다잡게 되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그는 예술가 후원에 대해 “지갑이 두둑해도 옆 사람에게 밥 안 사는 사람이 있고, 주머니가 가벼워도 법 먹으러 가자는 사람이 있듯 꼭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예술작품은 많이 모으면서도 예술가 후원에는 선뜻 나서지 않는 기업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체력과 의지가 예전 같지 않다’면서도 질문에 또박또박 답하던 정 관장은 ‘김우중 전 회장이 그룹 재건에 나선다면 지원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이 상의 한국 주관사인 유로통상주식회사 신용극 대표가 “상의 본질과 무관하므로 양해해 달라”고 대신 답했다. 정 관장은 아트선재미술관 매각설에 대해선 “경주(아트선재미술관)는 갤러리가 호텔과 분리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정리했지만 서울 아트선재 매각은 절대 없을 것이며 형편도 좋다”고 강조했다.

정 관장은 1991년 경주에 한국 최초의 사설 현대 미술관인 아트선재미술관을 설립, ‘워홀과 바스키아의 세계’(1991) ‘알렉산더 칼더’(1993) 등의 전시회를 기획해 현대 미술사를 이끌어 온 거장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했다. 선재는 세상을 떠난 그의 장남 이름이다. 1998년엔 서울에 아트선재센터를 개관해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한편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1992년 제정된 이 상의 국내 최초 여성 수상자의 영예를 안은 정 관장은 순금으로 한정 제작되는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펜(Pen)’과 1만5000유로의 문화예술 후원금을 부상으로 받았다. 그는 후원금을 1996년부터 후원해 오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