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업체, 대학가도 점령했다… 전통 음식점 경쟁서 밀려나

입력 2012-09-26 19:30


캠퍼스 주변이 온통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뒤덮이고 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전통 음식점들은 오랫동안 지켜온 자리를 조용히 떠나고 있다.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앞에서 20여년간 식당을 운영한 김모씨는 얼마 전부터 인근 부동산을 다니며 다른 식당 자리를 찾고 있다. 주변에 생긴 프랜차이즈 업체에 손님을 뺏겨 더 이상 식당을 꾸려가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4∼5년 전만 해도 꾸준히 식당을 찾는 단골학생들이 있었지만 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 신입생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김씨는 “더 이상 식당을 운영하기 힘들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숙명여대 앞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전문점과 서브웨이, 이탈리안플레이트, 더후라이팬 등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대거 자리했다. 13년째 숙대 정문 앞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모씨는 “1∼2년 사이 예전 음식점이 많이 사라졌다”며 “학교 주변 가게는 좀 저렴한 면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엔 일반 번화가랑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 주변도 마찬가지다. 2008년 왕십리 민자역사에 각종 프랜차이즈 식당이 줄줄이 들어섰다. 한양대 후문 근처 재래시장에서 20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63·여)씨는 “꽤 오랫동안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의 허기를 채워줬었는데 이젠 학생들이 잘 찾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타벅스는 서울시내 18개 대학 앞에서 영업 중이며 2곳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카페베네 역시 31개 대학 앞에 입점해 있다. 세계맥주 전문점 ‘맥주바켓’도 건국대 직영점을 포함해 서울대, 신촌, 경희대, 홍익대 등에서 인기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학가를 공략하는 이유는 대학생들의 소비성향이 고급화하고 있고 고정 손님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 내 학생식당이 학생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가격 경쟁력에서도 주변 전통식당이 밀리고 있다. 경희대는 한 끼에 2000∼3000원, 한국외대는 1800∼2200원에 해결할 수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가격과 상관없이 현대적인 분위기와 맛을 즐기려는 학생과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전통식당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연세대 박규연(26·남)씨는 “대학가 식당의 정취가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건국대 김미연(23·여)씨는 “프랜차이즈는 음식이 깔끔하고 청결한 느낌인 데다 다양한 음식 문화의 거리로 변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