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확인서 요청에 돈 요구… 이상한 지역아동센터
입력 2012-09-26 21:51
지역아동센터 관계자가 봉사활동을 한 고등학생들에게 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봉사활동을 못하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H고등학교 2학년 A양(17) 등 10명은 지난해 7월부터 서울 강동구 H지역아동센터에서 1주일에 하루 2시간씩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1월 A양 등은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 센터장 신모씨에게 봉사확인서를 요청했다. 2개월에 한 번씩 봉사확인서를 받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A양은 황당한 말을 들었다. 신씨가 갑자기 돈을 요구한 것. 26일 학부모 대표 B씨에 따르면 “당시 아이들에게 매월 1만원씩 기부금을 내라고 했고, 이를 거부하자 봉사활동확인서 도장을 안 찍어주고 더 이상 봉사활동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요즘 고교생들은 봉사활동도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쳐 민감해하는데 센터장의 이런 행동에 아이들이 위협을 느꼈다”며 “결국 학부모가 가서 따진 끝에 확인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A양 등은 올 초 교내 사회봉사상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센터장 신씨가 학교 측 확인 전화에 “학생들이 불량했다”고 답해 상을 받지 못했다.
신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부금을 갑자기 강요한 적은 없고 봉사활동 전에 권유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신씨는 “지난해 7월 아이들에게 ‘우리 센터는 운영비가 부족하니 월 1만원씩을 기부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아이들이 동의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1월이 돼도 아이들이 기부금을 내지 않아 ‘요즘 같은 신용사회에서 너희들이 약속을 어겼으니 앞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없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 전 기부금을 권유했다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신씨는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학생들 중 H고등학교 학생들에게만 기부금을 권유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H고 학생들의 집안이 대체로 넉넉한 편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법인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지역 아동센터는 구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관리·지도를 받는다.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최근 강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은 뒷짐을 지고 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26일 “센터장이 돈과 봉사활동을 연관지은 것은 잘못이지만 실제로 돈을 받은 건 아니어서 행정처분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