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분증으로 치매노인 돈 야금야금

입력 2012-09-26 19:22

가짜 신분증에 대역을 내세워 치매 노인의 은행 예금을 빼돌린 사기범이 검거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예금을 빼돌린 혐의(사기·공문서 위조 등)로 이모(46)씨를 구속하고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유출한 신모(57)씨를 뒤쫓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 4월 2일 한 은행 남양주지점에서 김모(82·여)씨 명의의 가짜 주민등록증을 제시해 총 19회에 걸쳐 김씨의 예금 6억4600만원을 모두 찾아 달아난 혐의다.

이씨는 다른 대역 노인을 내세워 김씨인 것처럼 속이고 통장 분실 및 인감 변경 신고와 텔레뱅킹 신청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김씨가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데다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알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홀로 사는 김씨는 집안에 CCTV를 설치할 정도로 부유한 편이었다. 신씨는 김씨의 집안 CCTV 설치 공사를 하면서 김씨를 알게 됐고 은행 심부름을 해 줄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씨가 김씨의 은행 심부름을 하며 통장 위치와 비밀번호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지난 17일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며 빼돌린 돈 대부분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경찰에서 “피해 금액을 입금해주려고 했다”고 말했으나 결국 구속했다. 한편 김씨의 은행 정보를 알려준 신씨는 이씨 검거 이후 잠적했다. 경찰은 달아난 신씨와 대역을 맡은 신원 불명의 노인을 쫓고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