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원 규모 가짜 군장비 납품 공무원·경찰 포함 무더기 적발
입력 2012-09-26 19:23
해외에서 사들인 중고품이나 중국산 가짜 군 장비를 군에 납품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중엔 소방공무원과 경찰관도 연루돼 있었고 8종의 가짜 장비들은 그대로 각 부대에서 사용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6일 사기 등 혐의로 최모(5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석모(32)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최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해외에서 구입한 중고·위조 군 장비 8종을 특전사령부나 육·해군 군수사령부 등에 납품해 16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다.
최씨는 중국 광저우에 머물며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를 검색해 입찰 공고된 품목을 이베이 등 해외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구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입찰에는 적정가보다 20%가량 저렴한 단가를 적어내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최씨는 낙찰된 후 홍콩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국내로 물품을 들여왔고, 공범인 한모(39)씨와 서모(32)씨를 통해 군과 지자체 등에 물품을 납품했다. 이들이 납품한 물품 중에는 매몰자탐지용 내시경 카메라와 폐쇄식 호흡기 등 고가의 특수 장비부터 특전사 수영복, 자전거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군 외에도 대학, 병원 등에 불량 영상분석기와 혈액응고측정기 등을 납품했다.
이들은 상품에 부착된 제조연도를 바꾸거나 수입필증 등 서류를 조작해 검수관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군내 장비 계약부서와 검수부서가 이원화돼 있고 외국 업체와 해외 상품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허점을 이용했다.
특히 구속된 한씨는 경기도의 A소방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이었다. 한씨는 아내 등 가족 명의를 빌려 4개의 납품업체를 만들었다. 또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김모(32) 경장도 납품할 장비를 보관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해양경찰청 창고를 몰래 빌려준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특전사 출신의 선후배 사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초순간 진화기나 자전거 등 몇몇 장비는 아직도 일선 부대에서 사용하고 있어 사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장비를 납품받은 군부대 계약부서 및 검수관의 연루 여부에 대해 군 수사기관에 공조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