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농구’ 매운맛 기대하세요… LG 재건 이끄는 김진 감독

입력 2012-09-26 19:09

“우리는 벌떼농구로 올 시즌 프로농구를 휘어잡겠습니다.”

시즌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창원 LG는 대표적인 약체로 꼽히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팀의 간판이었던 문태영이 울산 모비스로 둥지를 옮겼고, 설상가상으로 서장훈과 김현중도 부산 KT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명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김진(51) 감독을 ABA(아시아프로농구협회) 산아오배이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대만 까오슝에서 만났다. “LG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김진 감독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자 김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우리팀엔 올 시즌 베스트5가 따로 없다. 엔트리에 등록된 12명 모두가 베스트”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표정엔 여유가 있었다. 바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상승하고 있고, 각오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현지 체육관에서 하루 한 시간씩 연습 경기를 할 수 있게 해 주는데 젊은 선수들이 알아서 숙소 근처에서 밤늦게 삼삼오오 모여 훈련을 한다”며 “모른척하고 있지만 이를 볼 때마다 흐뭇하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벌떼농구’는 현지에서도 통하고 있다. 24일 열린 예선리그에서는 지난해 중국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인 광동 위너웨이를 83대 76으로 꺾었다. 주팡위, 저우펑, 왕스펑 등 중국 국가대표가 3명이나 있는 광동은 이달 초 심천에서 열린 ABA 대회에서 서울 삼성을 대파한 팀이다. LG는 현재 2연승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다. 두 경기에선 김 감독의 바람대로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광동전에서 신인 박래훈은 무려 25점을 쏟아 넣으며 팀의 활력을 불어넣었고, 양우섭은 7개의 어시스트로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 감독은 “아직 붙박이 주전도 없고 서로 비슷한 선수들끼리 모였다”면서 “그러다보니 모두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뛰고 있다”고 전했다.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지만 김 감독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LG는 김 감독의 ‘벌떼농구’와 각각 원주 동부, 서울 삼성에서 이적한 용병 듀오 로드 벤슨과 아이라 클라크의 활약이 조합을 이룬다면 올 시즌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까오슝(대만)=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