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날개 접나… “체력에 문제” 이란전 엔트리 제외

입력 2012-09-26 19:11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이동국을 제외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최강희 감독은 승부사답게 냉혹했다. 최 감독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10월 17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에 나설 23명의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그의 ‘애제자’ 이동국(33·전북)이 없었다. 그는 이동국을 배제한 이유에 대해 “대표팀에서 노장으로서의 역할에 문제가 있었고, K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뛰어 체력적인 문제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그동안 치른 7차례의 A매치에 꼬박꼬박 이동국을 불렀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이란 원정길엔 애제자를 부르지 않았다.

이번 명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름은 손흥민(20·함부르크)이다. 미드필더 손흥민은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손흥민을 재발탁한 최 감독은 “잠재 능력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슈팅, 돌파력, 침투 능력이 좋지만 팀과 어우러져 플레이하지 못하는 부분이 단점이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장점을 극대화해 활용할 생각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골을 신고한 박주영(27·셀타 비고)과 김신욱(24·울산)은 공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최 감독은 이란전에서 이전과는 다른 ‘닥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최 감독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란전에선 박주영과 김신욱을 투톱으로 내세우거나 박주영을 원톱으로 내보내 2선 공격수들과 유기적인 공격 라인을 형성하도록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이란 원정에서 4무4패를 기록하며 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징크스를 깨겠다는 각오를 밝힌 최 감독은 대표선수들의 해이해진 정신력에 일침을 놓았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자부심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지난 우즈베키스탄전에선 이런 정신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 과거엔 대표선수들이 정신력만큼은 대단했는데 요즘 대표선수들은 개인주의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현재 최종예선 A조에서 2승1무(승점 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 중인 이란은 2위에 올라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