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내면 진료비 깎아줄게”… 195억 탈루한 병원장

입력 2012-09-26 19:01


국세청, 고소득 탈세 부자 무더기 적발

서울의 유명 병원장 A씨는 2010년 4월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제도가 시행되자 병원 인근 건물에 비밀 사무실과 별도 전산실을 마련했다. 현금을 거래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A씨는 환자가 찾아오면 수술비를 15% 깎아주겠다고 제안한 뒤 비밀 사무실에서 거래를 했다. 전산자료는 별도 서버에 저장한 뒤 조작하는 수법을 썼다. 이런 방식으로 A씨가 신고하지 않은 현금 수입만 195억원,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은 현금 거래는 304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탈루소득 195억원에 대한 소득세 80억원을 추징하고 A씨를 형사 고발했다.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은 금액 304억원에 대한 과태료 152억원도 별도 부과했다.

가격 할인을 미끼로 현금 거래를 유도해 수십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탈세 부자’들이 무더기로 국세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발급을 회피한 의혹이 드러난 의사, 유흥업소 업주, 입시학원장 등 고소득 자영업자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26일 국세청에 따르면 성공보수를 친인척 명의 계좌로 송금받은 변호사, 차명계좌로 수강료를 관리한 미국수학능력시험(SAT) 입시학원장, 비밀 객실에 모텔 매출 자료를 숨겨뒀던 유흥업소 사장 등이 이번에 덜미를 잡혔다.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제도 시행 이후 국세청이 적발한 현금영수증 미발행 사업자는 148명에 이른다.

국세청은 이와 별도로 최근 현금영수증 미발행 등 현금 수입 탈루 혐의가 큰 고소득 자영업자와 민생침해 사업자 등 총 173명을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세무조사를 받게 될 사업자는 성형외과와 협동진료 형태로 고가 양악수술이나 안면 윤곽수술을 한 뒤 수입을 현찰로 받아 차명계좌로 관리한 치과, 아토피·비만 전문치료 의원으로 비보험 수입을 친인척 계좌에 숨긴 한의원 등이다. 종업원 이름으로 여러 업체를 운영하며 술값을 현금으로 받은 유흥업소,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해 현금 식대를 신고 누락한 유명 음식점, 불법 기숙학원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저가 수입농산물을 국산으로 속여 팔아 폭리를 취한 폐백·이바지업체, 악덕 사채업자, 가맹점주에게 인테리어비 등을 과다 청구해 수익을 갈취한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 민생침해 사업자도 함께 조사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음성적인 현금거래, 차명계좌 이용을 통해 고의로 소득을 축소 신고한 고소득 자영업자와 불법행위로 폭리를 취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민생침해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