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냉장고 용량 10ℓ차이 관심 없는데… 삼성-LG 웬 자존심 싸움
입력 2012-09-26 21:33
“냉장고 10ℓ는 소비자들에겐 의미 없는 차이다.”
냉장고 용량을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방을 펼치는 것과 관련한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26일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은 관심도 없는데 두 회사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싸움은 삼성전자가 배포한 동영상에서 시작됐다. 양사 냉장고에 물을 붓거나 캔을 넣은 뒤 용량이 적은 자사 제품에 더 많이 들어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LG전자는 정부 인증기관이 인정하지 않는 자의적 실험이라며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 900ℓ 냉장고인 T9000”이라며 “세계 최대 용량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LG전자가 910ℓ짜리 냉장고를 내놔 속 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용량’ 타이틀을 뺏긴 삼성전자가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입소문이 바이러스처럼 퍼지도록 하는 마케팅) 방식을 빌려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는 것이다.
양사 싸움에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세계 가전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가 소모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측정 방식이 잘못된 것도 사실이고 10ℓ 정도면 인증기관의 측정에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10ℓ 용량은 소비자들이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의미 없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측정 방식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냈다. 냉장고 내부 자재가 플라스틱이라 물의 무게로 휘는 등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술표준원 서광현 원장도 “KS 표준은 국제 표준에 맞춘 것인데 물을 붓거나 캔을 넣어 측정하는 건 없다”면서 “내부 구조상 움푹 들어가거나 나온 부분이 있는데 이 경우 물이 더 들어가거나 덜 들어갈 수 있어 KS에서 측정한 것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동영상에 KS규격에 따른 측정이 아님을 공지했고 고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물붓기라는 이벤트를 활용한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