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아베… ‘과거사·영토’ 韓·中과 거센 충돌 예고

입력 2012-09-26 21:35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우익 정치인 아베 신조(安倍晉三·58)가 5년 만에 자민당 총재로 돌아왔다.

그는 과거 관방장관, 자민당 간사장부터 총리 시절까지 과거사, 영토 문제에 강경 대처했던 인물이다. 특히 영토 문제로 한국, 중국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그의 정치 전면 복귀는 주변국과의 마찰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차기 총선에서 자민당 승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베는 차기 총리직까지 사실상 예약한 셈이다.

총재 선출 직후 아베의 일성은 ‘강한 일본’이었다. 그는 또 현재 일본 영토와 영해가 위협받고 있다고 규정했다. 특히 차기 총선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개헌 문제를 집중 호소해 정권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센카쿠 열도 갈등에 대해선 “영토와 영해를 지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일·중 관계를 고려해 전략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가 총리 재직 당시 과거사, 영토 문제로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실패한 만큼 이번에도 전향적인 노선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아베의 행보는 극우 정치인의 전형이다. 그는 총재 선거를 앞두고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폐기하고,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총리에 다시 오르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자민당 역시 자위대를 정식군대인 국방군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베는 꼭 6년 전인 2006년 9월 26일 종전 후 최연소 총리에 올랐다. 그러나 2007년 3월 위안부의 일본군 강제연행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했고, 다음 달 야스쿠니 신사에 ‘간접참배’하는 등 우익행보를 이어갔다. 이후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총리 취임 1년 만인 그해 9월 궤양성 대장염 악화를 이유로 전격 사퇴했다.

자민당 창당 이후 총재를 지냈다 다시 선출된 전례는 없다. 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아베의 당내 입지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권을 무책임하게 내던졌다’ ‘건강하지 않다’는 비판 역시 끊이지 않는다. 지지통신은 강경 이미지를 구축한 아베의 부상을 염려하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고 26일 보도했다. 총선 전 연대를 추진했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의 일본유신회가 아베 선출 직후 정책 차이를 이유로 연대를 부정한 것도 부담이다.

아베는 유력 정치가문 출신이다. 종전 직후 A급 전범으로 투옥됐다 무죄 방면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외할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이 아버지다. 모리나가제과 창업주의 손녀인 아내는 드라마 ‘겨울연가’에 나왔던 배용준과 박용하의 열렬한 팬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