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전쟁] 문재인, ‘安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격 영입

입력 2012-09-26 21:32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2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의 ‘멘토’(조언자)로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전격 영입했다. 윤 전 장관은 옛 한나라당 출신의 보수 성향 인사여서 그의 민주당행을 두고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캠프 박영선 기획위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문 후보의 요청으로 윤 전 장관이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문 후보와 윤 전 장관은 이념과 정파로 쪼개진 우리 사회가 통합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보수 진영의 책사’로 통하는 윤 전 장관은 한나라당에서 16대 국회의원을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근래에는 평화재단에서 ‘청춘콘서트’ 활동을 펼치면서 안 후보를 만나 멘토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지난해 말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300명쯤 된다”고 발언하며 거리가 멀어졌다.

그의 기용은 문 후보가 중도·보수층으로 지지기반을 넓히려는 시도다. 박 위원도 “합리적 보수까지 껴안아 국민 통합을 이루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국민통합’ 행보에 맞불을 놓는 전략이면서 동시에 안 후보가 공개적으로 배제한 사람을 영입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측면도 엿보인다.

당내에선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반감을 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한다. 하지만 문 후보가 영입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 그대로 관철됐다. 문 후보는 지난 7월 윤 전 장관이 입원했을 때 직접 병실에 전화해 쾌유를 빌며 도와 달라는 뜻을 처음 전했다. 최근까지 핵심 측근과 문화계 인사들을 통해 거의 매일 캠프 합류를 요청했고 지난 24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직접 만나 2시간 동안 국민통합 필요성을 얘기하며 설득했다.

윤 전 장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의 국민통합 의지가 아주 뚜렷하고, 강인한 후보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처럼 험난한 시기에는 나약한 대통령이 아닌 문 후보 같이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광희 비서실장과 가까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거를 총괄한 사람을 어떤 전향의 과정도 없이 민주당이 덜컥 끌어들이다니 (선거) 기술자들에 대한 분노가 (인다). 일에는 도리와 순서가 있다. 야권 단일화도 안 됐는데 윤 전 장관부터 끌어들이다니 민주당 너무 한다”고 했다. 아울러 문 후보 측은 공동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추미애 최고위원, 캠프 기획본부장에는 이목희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