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하는 노후 생활비 월 235만원… 비은퇴자, 확보 자금은 109만원 뿐

입력 2012-09-26 21:47


대한민국의 ‘노후’가 불안하다. 베이비붐 세대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대량 은퇴의 시대’가 왔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아직 은퇴하지 않은 가구가 확보한 노후준비 자금은 실제 필요자금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만 25∼59세 비은퇴자(은퇴를 하지 않은 사람) 3700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비은퇴 가구의 월 평균 희망 노후자금은 235만원이지만 이들이 확보한 노후준비 자금은 108만6000원에 불과했다고 26일 밝혔다. 부부가구의 경우 월 110만6000원, 독신가구는 월 83만5000원이었다. 독신가구는 미혼이거나 이혼·사별을 한 경우다.

확보한 노후준비 자금은 조사 대상자가 희망한 노후자금과 큰 격차를 보였다. 희망 노후자금은 월 266만원(부부)과 월 137만원(독신)이었다. 실제 확보한 노후준비 자금은 각각 희망자금의 42%, 61% 수준에 불과하다.

2009년 국민연금연구원 패널조사 결과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산정한 적정 노후생활 자금과도 차이가 컸다. 부부가구의 경우 적정 노후자금은 월 187만원, 최소 노후생활비는 월 130만원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노후 준비는 더욱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가구의 39.8%, 50대 가구의 46.2%는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 ‘자녀 교육비·결혼자금’을 1위로 꼽았다.

자녀가 없는 부부가구의 노후준비 자금은 월 149만8000원이었지만 자녀가 있는 부부가구는 월 107만1000원에 그쳤다. 독신가구의 경우도 미혼(월 89만4000원), 무자녀(월 69만6000원)에 비해 자녀가 있는 경우(월 57만2000원) 노후준비 자금이 훨씬 부족했다.

노후준비 자금을 자산별로 구분할 경우 20대와 30대는 개인연금 및 저축이 각각 48.2%와 39.3% 비중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40대와 50대는 공적·퇴직연금 비중이 각각 38.2%, 38.8%로 가장 많았다.

직업별로는 공무원이 가장 노후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노후준비지수를 측정한 결과 공무원·준공무원이 6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문직 및 관련 종사자(56.1), 사무직·경영관리직(54.5), 기능직(48.2), 판매·서비스직(47.7), 자영업(46.1) 등 순이었다. 노후준비지수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한 지수를 100으로 상정한다.

KB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노후 준비의 진단 및 설계, 관련 상품 개발, 전문 노후상담 조직 확보 등의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