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약에 취한 한수원에 원전 맡기겠나
입력 2012-09-26 18:34
원자력발전소 관련 사건이 또 터졌다. 지난해부터 툭하면 고장을 일으키거나 직원들의 뇌물 비리로 도마에 오르더니 이젠 직원들이 마약까지 손댄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강력부는 폭력조직 행동대장으로부터 필로폰을 입수해 2∼3차례 투약한 혐의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 재난안전팀 직원 2명을 최근 구속했다. 이들은 원전 시설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등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고리원전 측이 별도로 운영하는 소방대원이다. 부산시소방본부 기장소방서에서 현장으로 출동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원전 측은 초동조치를 위해 8명의 대원으로 소방대를 운영하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 중 한 명이 고리원전 안의 사무실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에 마약에 취해 있었던 셈이어서 원전에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추가로 마약을 투약한 직원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한수원은 요즘 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했다.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 내 정전사고가 일어나 가동이 일시 중단됐는데도 한 달이나 은폐했다가 들통났다. 지난 7월에는 원전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22명의 간부가 무더기로 검찰에 구속됐다. 더구나 재활용 부품을 원전에 납품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에 공분이 일었다. 올 들어서는 신월성 1호기, 울진 1호기, 영광 6호기 등 주요 원전에서 잇따라 고장이 발생하면서 원전 관리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가뜩이나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검은 뒷돈을 받기 위해 낡은 부품을 쓰고, 마약까지 복용한 직원들에게 어떻게 원전 관리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한수원은 사고가 날 때마다 직원들의 비리와 근무기강 해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조직과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구두선(口頭禪)에 그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