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0조원 공공기관 부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입력 2012-09-26 18:38
불필요한 자산 정리하고 지출 최소화하도록
내년도 공공기관의 부채가 올해보다 46조9000억원(9.7%) 늘어난 532조3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 규모와 더불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공공기관 부채가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2∼2016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인 41개 공공기관(공기업 22개, 준정부기관 19개)의 내년도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올 222.1%보다 12.3% 포인트나 오른 234.4%로 예상됐다. 재정부는 자구노력 등 재무관리 방안을 시행할 것이므로 부채비율은 2014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자구노력 실시 여부가 관건인 까닭에 낙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공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한 데에는 자구노력과 무관하게 외부 요인에 의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재정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4대강 사업, 세종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 비용을 공기업에 떠안긴 경우도 있었고 물가안정 차원에서 원가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함에 따라 적자가 쌓여 부채가 늘어난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내년 부채 규모는 올해보다 12조원 증가한 142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며 부채비율은 4.2% 포인트 늘어난 469.2%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의 부채비율 역시 올해 130.1%에서 2015년 152.9%까지 악화될 전망이다. 물가 억제 명분에 떼밀려 공공요금을 제때 원가인상분만큼 올리지 못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제29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부채분석 등 체계적인 관리로 경영체질을 개선해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며 공공기관이 먼저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상태 개선에 나설 때 정책적인 뒷받침을 받을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공공기관 부채비율 악화를 방조했던 정부가 뒤늦게 공기업 자구노력 운운하는 모양새가 골계(滑稽) 그 자체다.
물론 공공기관의 자구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기업의 경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라도 공공 재화·서비스를 공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만을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출 절감을 꾀하고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함으로써 부채 확산을 막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공기업의 공공성을 앞세우며 마치 적자 구조가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인식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활동에서 일시적인 빚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빚이 쌓이면 개인이든 가계든, 기업이든 정부든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자구노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