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 최연소 총회장 탄생.’
지난 7월 초, 세계 기독교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가 전해졌다. 1만여 교회 173개 노회 190만명의 교인을 아우르는 미국장로교(PCUSA)의 제220차 총회에서 36세의 닐 프레사(Neal D Presa) 목사가 역대 최연소 총회장에 당선된 것. 특히 미 장로교 소속 교인의 92%가 순수 혈통의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필리핀계 미국인인 그의 당선은 이례적이었다. 여기에다 그의 아내까지 한국계 미국인임이 알려지면서 국내 교계의 관심도 한 몸에 받았다. 17일 한국 예장 통합과 기장 교단의 총회 참관차 방한한 그를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하나님 은혜 덕분이죠. 하하하.”
최연소 총회장이 된 비결을 묻자 재치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 총회장 선거는 4차까지 이어지는 박빙의 승부였다. 당시 총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이들은 타 노회 목사를 포함, 프레사 목사까지 4명이었다. 그를 빼고 모두 40∼60대의 순수 혈통의 미국인이었다. 당선이 되려면 688명의 대의원로부터 50% 이상 득표해야 했다. 넘지 못할 높은 벽 같았던 선거전에서 그는 호소력 있는 연설로 대의원들의 마음을 얻었다. 각 후보자에게는 5분의 연설과 1시간 동안의 질의응답이 주어졌다.
“제 연설의 키워드는 ‘조화’였습니다. 성별과 인종, 연령, 사상 등 저마다 다른 것들 속에서 조화를 이뤄 하나가 되어 보자고 강조했어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나누고 섬기는 교회를 함께 만들자고 얘기했지요.”
지난 10년 동안 보수·진보 진영으로 양분돼 갈등을 겪어온 미 장로교의 목회자들에게 당시 프레사 목사의 호소는 신선했다. 이어 1시간 동안 언권(言權) 위원을 포함한 900명과 함께한 질의응답 시간에도 그는 ‘다름 속의 하나됨’을 거듭 강조했고 결국 표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회고했다.
프레사 총회장은 한국 교계 인사들로부터 한국의 교인수가 처음 감소했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을 보였다.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30년 전쯤 미국 교회가 겪기 시작한 교회침체 현상을 떠올렸어요. 교인감소 현상은 곧 ‘이제 교회가 어떤 의미를 찾기 위해 방문할 만한 유일한 장소가 더 이상 아니구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그가 생각하는 교회의 최우선 과제는 다양한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다. “‘구글 세대’로 불리는 지금 세대는 세계의 다양한 변화에 참여하기 원합니다. 교회도 이런 변화를 두려움 없이 받아들여야 해요. 모든 변화의 역사는 하나님의 주권 속에서 이뤄진다는 걸 믿고 발걸음을 떼는 게 중요합니다.”
아내 얘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프레사 총회장의 아내(그레이스 리)는 시카고 태생의 이민 2세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녀의 부모는 이북 출신이다. 2001년 전도사 시절, 교회 집회에서 그녀를 처음 만나 1년 뒤 결혼에 골인했다. 현재 아들 2명을 두고 있으며, 아내는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로 봉사하고 있다.
인터뷰 전날, 프레사 총회장은 해외 교계 인사들과 함께 DMZ(비무장지대) 일대를 둘러봤다. ‘아내의 조국’을 위한 기도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고 했다. “하나님, 갈라진 이 나라와 국민들에게 치유와 화해의 영을 주소서.” 필리핀 피가 섞인 미국인이 한국인을 위해 기도해주는 마음이 묘한 감동으로 전해졌다.
프레사 총회장은 드류대 철학박사와 프린스턴신학교 신학석사 및 샌프란시스코신학교 교역학석사를 마쳤다. 미국장로교 엘리자베스노회 노회장을 지냈고, 2003년부터 뉴저지주 미들섹스장로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미국장로교 역대 최연소 총회장 닐 프레사 목사 “교인감소 극복 위해 ‘구글세대’ 껴안아야”
입력 2012-09-26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