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초대 여류 십단을 가려라
입력 2012-09-26 18:20
현재 프로기사 단위(段位)는 아홉 개의 품계로 나누어져 있다. 초단은 수졸(守拙·졸렬하나마 지킬 수 있다), 2단 약우(若愚·어리석어 보이나 나름대로 움직인다), 3단 투력(鬪力·싸울 수 있는 힘을 갖추었다), 4단 소교(小巧·간단한 기교를 부릴 줄 안다), 5단 용지(用智·지혜를 쓸 줄 안다), 6단 통유(通幽·그윽한 경지에 이르렀다), 7단 구체(具體·전체를 갖추었다), 8단 좌조(坐照·앉아서도 훤히 내다볼 수 있다)이며, 최고 단계로 9단은 입신(入神·신의 경지에 이르렀다)을 의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위를 넘어 프로기사들이 꿈꾸는 기전이 있다. 바로 원익배 십단전이다. 영원한 칭호 일 수 없지만 타이틀을 차지한 동안은 유일한 십단(十段)으로 군림할 수 있다. 최근 여자 십단전이 새롭게 시작되며 새로운 여제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여류명인전, 여류기성전에 이어 4번째 여류기전인 여류십단전이 지난 10일 시작됐다. 기존의 원익배 십단전에서 따로 여류십단전을 신설해 36명의 여류기사들이 참가했다. 진행 방식은 십단전의 전기 대회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는 16강 시드를 주고, 4강 진출자에게는 32강전 시드를 주는 차등시드제를 도입했다. 1, 2회전 예선을 거쳐 12명을 선발하고 여류랭킹 1, 2위인 박지은 9단과 조혜연 9단에게 14강 시드권이 부여됐다.
또한 본선 진출자에게는 기존 원익배에도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우승 및 준우승자에게는 본선 56강 토너먼트로 직행할 수 있는 시드권이 부여된다. 최근 루이나이웨이 9단이 중국으로 돌아간 뒤 여류바둑계는 판도가 조금 달라졌다. 현재 여류국수 박지연 3단, 여류기성 김윤영 3단, 여류명인 최정 2단으로 세대교체가 된 듯 보이지만 랭킹 1, 2위는 여전히 박지은 9단과 조혜연 9단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아직까지 완벽한 세대교체를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으로 이번 십단전에서 그 윤곽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압축된 8강전은 이영주 초단, 김혜민 6단, 최정 2단, 김나현 초단, 김윤영 3단, 고주연 2단과 시드배정자 박지은 9단, 조혜연 9단으로 압축됐다. 8강전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판은 최정 2단과 박지은 9단의 신구 대결이었다. 하지만 승부는 156수 만에 박지은 9단의 승리로 싱겁게 끝이 났고, 조혜연 9단은 고주연 2단을 손쉽게 꺾고 4강에 올라갔다.
또 다른 두 판은 각각 김혜민 6단이 이영주 초단을, 김윤영 3단이 김나현 초단을 꺾으며 4강에 합류했다. 4강 대진은 랭킹 1위 박지은 9단과 늘 랭킹 3∼4위를 맴도는 김혜민 6단의 대결, 그리고 여류기성 김윤영 3단과 랭킹 2위 조혜연 9단의 대결로 짜여졌다. 과연 결승전은 어떤 구도로 그려질 것인가? 첫 여류십단의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기대되는 승부이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