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직면한 소말리아 해적… 한국 등 소탕 작전 성과

입력 2012-09-26 19:16

빈 술병과 뒤집힌 보트, 쓰레기들이 굴러다녔다. 매춘부들은 거의 떠났고, 심심찮게 보이던 고가 스포츠카들도 자취를 감췄다. 소말리아 해적 근거지 중 하나인 인도양 인근 해안도시 호뵤의 얘기다.

“1000달러 주실 수 있으세요?” 매춘부 파두마가 최근 이곳을 찾은 AP통신 기자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화려한 시절, 그녀의 하룻밤 일당이다. “아님, ‘날 혼자 내버려둬’였지요.” 마침 파두마에게 ‘외상으로 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

매춘부에게 궁상을 떤 남자는 압디리자크 살레란 이름의 해적이다. 그도 한때 보디가드와 가정부를 거느렸다. 인질의 몸값이 도착하는 날엔 시끄러운 음악과 값비싼 와인의 향연을 벌였다. “요즘은 (납치한) 배들이 오래 묶여 있어요. 해적질을 하러 나가도 성공하기 힘들어요.” 요즘 살레는 빚쟁이들을 피해 살고 있다.

파두마와 살레가 ‘쪽박’을 찬 건 이유가 있다. 해적 출몰에 대항해 무장하는 상선이나 어선이 늘어난 데다 다국적군의 소탕작전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 유럽연합(EU)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 소말리아 해적들은 각각 46척, 47척의 배를 납치했으나 2011년엔 25척으로 격감했다. 올해는 지난 5월 라이베리아 선박을 ‘낚은’ 게 마지막이다.

한국도 해적 소탕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소말리아 해적이 지난해 중반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해적 내부의 알력도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잡아놓은 인질에 대한 몸값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많아졌다고 한다.

해적 살레는 장미가 만발한 호화 빌라를 가리키며 “내 집이었는데 압류당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자마란 해적은 2000달러를 갚느라 7000달러짜리 차를 뺏겼다. 그에게 돈을 빌려준 지역 유지 파르도사 모하메드 알리는 “다시는 해적들과 거래 안 할 것”이라고 했다. 해적질에 신물이 난 이들은 ‘민간인’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대다수는 실업자로 전락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