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종교인과 신앙인(24) 5km 밖으로 떠나라

입력 2012-09-26 17:01

옛날 우리나라 풍습에 ‘고려장’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당시엔 너무나 가난해 먹을 것이 부족했기에,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 지게에 메고 산 속 깊은 곳으로 가 구덩이를 파고는 며칠 분의 양식과 함께 부모님을 놓아두고 돌아오는 끔찍한 장례 제도였다.

그 때 한 아들이 아버지를 버리려고 산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게에 타고 계신 아버지가 지나치는 나무마다 표시를 남기는 것이었다. 아들이 이유를 묻자 아버지는 ‘산이 너무 깊어 네가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할 것 같아 나무에 표시를 해 놓고 있으니 길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은 도저히 아버지를 버리지 못하고 울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는 이야기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는 이 이야기는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갈렙 밝은 문화 은목회’를 1년 쯤 운영해왔다. 백 여 분의 은퇴 목사님을 모시고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분들은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한국 기독교가 시작될 때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교회를 세웠고, 한국 경제도 이 분들과 같이 성장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 분들이 은퇴하고 늙고 병들었을 때 아무도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인간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어떤 분은 기도할 힘도 잃었고 찬송할 힘도 잃어서 하나님을 잊고 지낸 분까지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석하셨던 분들이 이 이야기를 듣자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은퇴 목사님은 ‘후임 목사님과 일부 교인들이 5km 밖으로 떠나라고 해 담임했던 교회에 출석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했다.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졌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데, 과연 그들도 늙지 않을까. 이 은목회를 더욱 잘 운영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회가 선교와 전도와 섬김을 이야기하지만, 은퇴 목사님에 대해서도 교회가 관심을 갖고 교인들과 함께 걱정하고 배려한다면 하나님이 정말 기뻐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