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바쁜 오바마에 “외교 공백” 목소리
입력 2012-09-26 00:58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들과 한 번도 만나지 않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는 지난해 13개국 정상들과 일대일 회담을 했으나 올해는 연설 일정을 제외하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일임했다.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왜 정상회담 일정이 하나도 없느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땀을 빼야 했다. 그는 “일대일 회담은 하지 않지만 여러 정상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통령은 정말 바쁘다”는 게 백악관의 변이다. 외교보다 선거운동이 우선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공화당은 TV토크쇼 출연엔 열심이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조차 만나지 않는다며 오바마를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중동이 일촉즉발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중동에 친구를 멀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가리켜 “교양도 없는 시오니즘 국가”라며 “제거될 것”이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공격 위협에 대해서도 “이란은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은 아마디네자드의 회견 내용을 “역겹고 공격적”이라 혹평했으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 공격을 둘러싸고 팽팽한 대립각을 형성하는 상황이다. 섣불리 네타냐후를 만나 지지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어렵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에 금지선(red line)을 설정하는 조치가 군사적 분쟁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와의 면담이 좌절되자 TV에 출연하기까지 했다.
오바마는 25일 총회 연설엔 직접 나서 4년간의 중동 정책과 앞으로의 기조, 테러 대응 등에 대해 밝혔다. 이후에는 다시 선거운동에 전념한다. 오바마는 지난 8~9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도 클린턴을 보낸 바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