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최악 치달아… 중세 때 고문·어린이 인간방패·난민은 150만 육박
입력 2012-09-25 19:12
내전이 1년6개월 이상 지속되는 시리아에는 현재 3만명 이상이 감옥 또는 비밀시설에 감금돼 있고, 구금자에 대한 고문도 횡행하고 있다고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가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달 초 활동을 시작한 브라히미 특사는 최근 시리아 접경지역 난민 수용시설 등을 둘러봤다.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권좌에 있는 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브라히미는 특히 중세시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잔혹한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000명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난민이 150만명에 달하고, 이 중 일부는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등지의 난민시설에 산재해 있다고도 했다. AFP통신은 브라히미 특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에서 시리아가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하는 등 사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어린이들이 고문과 유괴, 굶주림 등 잔혹행위에 시달리는 사례도 다수 발표됐다. 영국 자선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시리아 난민 아동들이 직접 설명한 18건의 경험담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행군할 때 반군 공격을 피해 어린이들을 맨 앞에 세웠다. 아이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한 것이다. 아버지가 학교 교장인 칼레드(15)는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 100여명을 근처 학교로 끌고 가 일주일간 가뒀다”며 “나를 천장에 매달았고 피부에 담뱃불을 비벼 끄기도 했다”고 말했다. 칼레드는 그곳에서 전기고문으로 숨진 사람들도 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는 또 반체제 인사를 아버지로 둔 6세 어린이가 감금 사흘간 고문과 배고픔으로 공포에 떨다가 숨진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세이브 더 칠드런은 정부군과 반군 중 어느 쪽이 아동에게 잔혹행위를 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정부군과 친정부적인 샤비하 민병대가 연관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런던 소재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 내전으로 어린이가 2000명 이상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