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反盧’ 호남 민심 어디로…
입력 2012-09-25 22:07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망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을 때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제 좀 호남표가 움직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난 14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전격 참배했을 때에도 “안 후보가 호남 유권자에게 제일 먼저 ‘출정’ 신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선 주자들이 요즘 호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지역 민심이 야권 단일화는 물론, 본선 승패까지도 좌우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는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다. 국민일보의 21∼22일 여론조사에서도 53.6% 지지율로 문 후보(28.0%)를 배 가까이 앞섰다. 안 후보 인기는 호남의 반노(反盧·반노무현) 정서와 직결돼 있다.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선 노 전 대통령이 당선 이후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하고 “호남이 날 좋아서 찍었냐. (한나라당) 이회창이 싫어서 찍었지”라고 말한 데 대한 반감이 크다. 이런 반노 정서가 문 후보 거부현상으로 이어지고 있고 안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가 추석 전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게 2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하는 호남 방문이다. 부정적 여론을 돌려 추석 이후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단일화 국면도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포석이다. 김경수 공보특보는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국정운영 능력을 평가해 결국 문 후보를 선택하시리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정치적 판단이 빠르고 정확한 호남에서 안 후보를 전폭 지지하는 것은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판단했기 때문이고, 따라서 현재의 지지율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 표심은 본선에서도 중요하다. 문·안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텃밭인 영남에서 둘 다 2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박 후보도 ‘적진(敵陣)’인 호남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을지 관심이다. 본보 조사에서 박 후보의 호남권 지지율은 5.9%에 그쳤다. 박 후보 측도 “호남권용 공약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 주변에서는 구(舊)동교동계와의 연합설도 끊이지 않고 나온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