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예산안 발표] ‘일자리가 복지’… 11조 투입 공공근로 등 59만개 창출
입력 2012-09-25 21:53
정부가 25일 발표한 ‘2013년 예산안’에서 특히 강조한 부분은 민생안정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지속되면서 고용불안과 가계부채 증가 등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내년 고용시장이 위축될 것에 대비해 일자리 확충으로 가계소득을 늘리고, 영·유아, 학생, 장년, 노인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통해 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모기지론과 햇살론 등 무주택·저소득층을 위한 대출상품의 금리도 낮춰 가계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일자리가 곧 복지’=올해 하반기 고용시장은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월 증가폭이 35만명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이 경기후행적 성격을 띠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고용시장 안정을 위한 일자리 예산을 대폭 늘렸다. 내년에 예산 10조8000억원을 투입해 공공근로 등 일자리 58만9000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56만4000명)보다 2만5000개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일자리의 70% 이상을 청년·여성·노인 등 취업 취약계층에 제공할 계획이다. 공공근로 등 직접 일자리 참여자에게는 146억원을 신규 배정해 직업훈련도 의무화한다.
내년 일자리 가운데 10만개는 청년들의 몫이다. 유망 중소기업 인턴 5만명과 해외봉사단 등 글로벌·문화 교육프로그램 인턴 2만4000명 등이 계획돼 있다. ‘열린 고용’ 확산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특성화고의 교육 현장성 강화를 위해 교원 현장연수 예산도 6억원에서 25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의 ‘인생 이모작’을 위해 맞춤형 일자리가 올해의 3배인 3만개로 늘어난다. 사회 곳곳에서 쌓은 이들의 경륜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장년 재도약 일자리’ 1만개를 만들고, 지역사회 인력양성 사업을 베이비붐 세대 일자리 사업으로 개편해 일자리 1만5000개를 확충한다.
저소득층과 실업자들이 취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안전망도 강화된다. 맞춤형 취업지원사업인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지급되는 훈련수당은 종전보다 25% 인상돼 월 40만원 지급된다. 65세 이상 노인 4만명과 영세 자영업자 3만5000명에게는 실업급여가 새로 지급될 예정이다. 무급 휴업자와 휴직 근로자에게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84억원이 투입되고,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밀린 임금을 청산할 수 있도록 융자해주는 사업에도 50억원이 지원된다.
다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대부분이 계약직으로 구성돼 있어 고용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맞춤형 일자리 대책으로 취약계층의 좋은 일자리 취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차관은 “공공근로가 민간 일자리로 옮겨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추진=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은 복지 분야에서는 0∼5세 영·유아, 학생, 장년, 노인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다. 이 중 노인 정책이 가장 눈에 띈다. 고령화로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층 인구를 위해서 일자리·연금·돌봄서비스가 확대된다. 정부는 노인적합형 일자리를 1만개 늘리고 65세 이상 노인의 기초노령연금 지원 대상을 386만명에서 405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금액도 월 9만4600원에서 월 9만7100원으로 2500원 올렸다. 독거노인을 방문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돌봄서비스도 3만명 늘리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6000명에게 청소와 세탁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신설된다.
영·유아의 경우 기존 11개 필수예방접종 항목에 뇌수막염이 추가된다. 공공형 어린이집을 1000개에서 1500개로 늘리고 국·공립 어린이집도 43곳을 신설해 직장맘들의 보육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비싼 등록금 탓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국가장학금은 5000억원 늘어난다. 정부는 소득 7분위(하위 70%) 이하 대학생들의 경우 등록금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방과후학교 지원도 확대된다. 차상위(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 계층) 70%만 지원하던 것을 100%로 늘렸다. 저소득층 한부모가족에 대한 아동양육비는 월 5만원에서 7만원으로 인상된다.
주택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인 장년층의 경우 생애최초주택 구입자금을 2조5000억원 확충한다. 인기가 높은 보금자리 임대주택은 8만호에서 9만5000호로 늘려 건설하기로 했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장병 등 대상별 맞춤 정책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3만명 늘리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사회복지시설에는 LPG 소형저장탱크가 보급된다. 장애인이 일반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고용지원 서비스 예산을 487억원에서 728억원으로 50% 확대하고 장애인연금을 2만원 인상키로 했다. 군대 생활 향상을 위해 사병 월급도 평균 1만4000원(15%) 오른다.
◇모기지론·햇살론 금리 인하=정부는 부채에 허덕이는 저소득 가계를 지원하기 위해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5∼1%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무주택 서민이 낮은 금리로 주택을 구입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모기지론 이차(금리차이)보전 금액을 올해 97억원에서 내년에 214억원으로 늘렸다.
저소득·저신용 서민에게 저리로 대출하는 상품인 햇살론은 정부가 1200억원을 출연해 기존 10∼13%이던 금리를 8∼11%로 낮추고 대출조건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가계부채를 개선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에서 1200억원을 출자해 단기·변동금리 대신 장기·고정금리 비율을 현재 6.2%에서 11.1%로 높이기로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