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전쟁] 이번에도 승부처… 후보들 충청 구애 공들인다

입력 2012-09-25 22:04


충청권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왔다.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충청권에서 우세를 보이며 집권에 성공한 뒤부터 2007년 이명박 대통령까지 충청 민심은 당선자를 향해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주자들은 이 지역 민심을 겨냥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충청권이 대권 향배를 결정한 가장 극적인 순간은 97년 대선이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DJP 연합을 통해 충청 출신인 이회창 후보를 이 지역에서 40만8319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2002년에는 노무현 후보가 ‘충청권 행정수도’ 공약으로 역시 이회창 후보를 눌렀다.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권의 대선 승부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모두 이 지역 출신이 아니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주도하던 충청권 정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 선진통일당이 5석에 그치며 세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지난달 선진당 이명수 의원과 유한식 세종특별자치시장이 탈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는 ‘세종시 원안 고수’ 등 정책을 통해 충청권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의원과 유 시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도 박 후보에게는 유리한 점이다. 박 후보는 지난 7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방문지로 대전을 선택해 ‘정부 3.0’ 공약을 발표할 정도로 이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후보 캠프는 최근 서울대 일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세종시 국회 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등을 공약했다. 또 충청권을 과학, 연구, 기술, 바이오정보기술(BIT) 산업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문 후보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가까워 충청권에서의 바람몰이를 기대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지역 공약이 없다. 정연순 공동 대변인은 25일 “현재는 혁신경제 등 큰 줄기의 공약에 집중하고 있어 지역 공약은 추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를 지낸 대전 명예시민이다. 민심도 우호적이다. 21∼22일 실시된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대전·충남·북에서 35.7%의 지지를 얻어 박 후보(33.9%)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문 후보는 18.7%에 그쳤다.

김현길 엄기영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