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건 vs 2건… 경찰 근무지따라 112출동 ‘극과 극’
입력 2012-09-25 18:51
경찰 지구대나 파출소별 112 출동 건수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3만번 이상 출동한 지구대가 있는 반면 1년 내내 접수된 출동 신고가 단 2건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선 “근무강도 차이는 극과 극인데 출동수당 등 혜택은 전혀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2 신고를 받고 가장 많이 출동한 지구대는 서울 수서 도곡지구대로 총 3만3017번 출동했다. 경찰관 인원은 86명으로 1명당 평균 383.9번 출동한 셈이다. 대전 둔산지구대가 2만9351번 출동해 뒤를 이었다. 이 지구대는 인원이 65명으로 경찰관 1인당 출동 건수는 451.6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마포 홍익지구대(2만6972건), 경기 의정부 가능지구대(2만6654건), 서울 관악 낙성대지구대(2만6156) 순이었다.
반면 1년 동안 접수된 112 신고 건수가 거의 없는 파출소도 적지 않았다. 군산 어청도파출소는 지난해 총 2건의 출동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관 4명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2명 중 1명은 1년 내내 출동한 적이 없었다는 얘기다. 목포 가거도파출소(3건), 울릉 북면, 완도 금당, 목포 장산도 파출소(7건)도 신고 전화가 극히 적었다.
출동이 잦은 지구대 경찰관들은 불만이다. 지역별로 업무강도 차이가 큰데 수당이나 인사상 혜택이 똑같은 것은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 오히려 ‘근무 의욕을 꺾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포 홍익지구대 한 경찰관은 “보통 새벽 2시쯤 되면 112 신고가 줄어드는데 여긴 그때부터 출동 지시가 쏟아진다”며 “화장실에서 나올 때 지퍼를 채울 시간도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지방 파출소에는 하루 종일 집배원 아저씨 한 명 들른다더라”며 “‘너무 하는 일 없이 노는 것처럼 비칠까봐 허위 신고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근무강도 차이 때문에 과거 서울 근무를 선호하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예전엔 자녀교육 등의 문제로 서울로 올라오려는 지원자가 많았지만 요즘 젊은 경찰관들은 지방 근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서울 성북서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고향이 충청도여서 그 지역으로 옮기고 싶은데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려는 경찰관이 없어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출동 횟수에 따라 수당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경찰청에서도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예산 배정 등의 문제 때문에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소재 경찰서 중 출동을 가장 많이 한 곳은 종로서로 지난해 31만1299번 출동했다. 이어 송파서(12만9663건) 영등포서(12만7971건) 강서서(12만1584) 순이었다. 방배서는 3만2547번으로 출동 횟수가 가장 적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