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흉악범 꼼짝마!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입력 2012-09-25 18:29
“이-얍.”
서울 영등포구 도림초등학교 강당이 쩌렁쩌렁 울린다. 어린 여학생들 100여명이 동시에 내뿜는 기합소리다. 영등포구는 매월 한두 차례씩 학교로 찾아가 성폭력 예방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에 참가한 여학생들은 관장이 선보이는 기술 동작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시선을 집중한다. 2인 1조가 되어 서로 다양한 호신 동작을 반복하자 어느새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어려운 동작을 익히는 게 쉽지 않지만 마음만은 비장한 모습이다.
이하연(13·도림초6)양은 “자신감이 생긴 거 같아요. 손목을 밀어 당기는 기술로 저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친구를 제압했어요”라며 자신도 신기한 듯 손목을 어루만졌다.
실전교육을 지도한 영등포구 태권도협회 송미숙(40) 관장은 “이제는 성인 여성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범죄에 노출돼 제 몸을 스스로 지키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며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상대를 제압해 위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면목동 발발이 사건 등 아동과 여성을 노린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자 최근 들어 각 지자체들이 여성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위기상황 대처법, 소리 지르기, 손목 꺾기 등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행동요령으로 짜여져 있다. 여성들도 호신교육을 통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의지가 강해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강원도 양양군청에서는 8∼9월 8주간 주2회 무료 호신술 교육을 실시했다.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참여한 노명옥(39)씨는 “요즘 매스컴을 통해 흉악범죄 소식들을 접하고 만일에 대비해 호신술을 배워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딸과 함께 찾아왔다”며 모녀가 서로 호신자세를 잡아주며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이곳 백호유도관의 진순조(40) 관장은 “호신술을 익혔다고 해서 완력을 지닌 흉악범을 일거에 제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 “하지만 평소 꾸준히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면 자신감이 생겨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평정심을 갖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글=이동희기자 leed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