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한상인] 삼천 食客을 분별하는 후보라야
입력 2012-09-25 19:10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후보들이 3파전 양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후보가 일찍 출사표를 냈고, 민주통합당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연신 수위를 차지하면서 선출되었으며, 서울대 안철수 교수가 교수직을 사직하고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였다. 이제 각 진영에서는 세력을 확장시키는 일에 초미의 관심을 가질 것이며, 그에 편승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후보들을 찾아 모이게 될 것이다. 그중에는 인재도 있지만 밥술이나 얻어먹으려는 모리배도 있을 것이다.
주변 인물을 끌어모으는 데 탁월한 사람을 꼽으라면 맹상군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 말기 제나라의 재상으로 집에 찾아온 손님이면 어떤 신분과 재주를 가진 사람이든 잘 대해주었으므로 삼천식객이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설(薛) 땅의 차용금을 거두어 오라는 명령을 받은 후 빚진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들의 차용증서를 불태우고 맨손으로 돌아온 풍훤 같은 탁월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맹상군의 책망을 듣자 “당신에게 돈보다도 귀중한 은의(恩義)를 사왔다”고 말함으로써 주군의 품격을 높여주고 훗날의 피난처를 마련해주었다.
사람들 모이는 정치의 계절 도래
식객 중에는 개 짓는 소리를 잘하는 도둑과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도 있었다. 올바른 식객들은 그들을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맹상군이 진나라의 소왕에게 잡혀서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그들의 활약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여기서 생긴 고사성어가 ‘계명구도(鷄鳴狗盜)’이다. 그러나 그들의 본질이 도둑이요 흉내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변한 것은 아니다.
이제 대선 후보의 각 진영마다 소위 삼천 식객들이 모여들 것이고, 그중에는 대선 후보와 각별한 사이임을 강조하며 설쳐대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 항간에 벌써부터 어떤 대선 후보의 진영에 무례하고 도도하기까지 한 주변 사람들이 있어서 나중에 어떻게 되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설혹 계명구도처럼 대선 후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몰라도 종국에는 후보 자신과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그러므로 후보들은 대선 승리뿐 아니라 그 이후의 치적을 위해서라도 주변에 사람다운 사람을 쓰는 각오와 혜안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대선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은 누이동생 다말의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큰형 암논을 죽이고 부왕이 무서워 도망갔다. 세월이 지나 다윗의 진노가 풀리자 압살롬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민심을 얻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쿠데타를 일으켜 다윗성을 점령하였다. 그런데 아직 다윗을 잡지 못하였으므로 모사를 불러 대책을 논의하였다.
대선 후보, 사람 보는 혜안 필요
그때 다윗을 추종하는 후새가 거짓 계략을 베풀었고, 아히도벨은 압살롬을 위하여 올바른 계략을 베풀었다. 그런데 압살롬이 후새의 계략이 아히도벨 것보다 낫다고 결정하였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께서 압살롬에게 화를 내리려 하셔서 아히도벨의 좋은 계략을 물리치게 하신 것이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인 것이다. 성경 잠언 19장 21절에는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야훼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고 말씀한다.
세상에 거짓된 계략이 난무하는 것은 눈앞의 이익만 보고 이 세상에서의 삶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 세상을 넘어서도 존재하며 그때 선악 간의 심판이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보다 지혜로운 선택과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이 역사의 먼 미래를 내다보며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나와 그의 인도하심을 구하기 바란다.
한상인 한세대 교수 구약학·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