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하지 않습니다’ 혼자서 상담·예약·수납… ‘그린서울치과’ 강창용 원장의 철학

입력 2012-09-24 21:26


“이가 아파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비 얘기를 들으면 더 아픈 표정을 짓더라고요. 명색이 의사인데 오히려 환자를 아프게 할 순 없잖아요.”

서울 대흥동에서 강창용(41)씨가 운영하는 그린서울치과는 인근 서강대 학생들 사이에서 ‘착한 치과’로 불린다. 24일 오후 찾은 병원 곳곳에는 ‘과잉진료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반값 임플란트나 치아 미백의 문제점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강씨는 임플란트와 금니 시술을 하지 않는다. 치료비가 환자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웬만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7000∼8000원짜리 아말감 시술을 권한다. 병원에서 가장 비싼 시술이 5만원 짜리 ‘레진’이다. 임플란트 시술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강씨는 “주로 찾는 환자들이 인근 대학생들인데, 비싼 등록금에 무슨 돈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임플란트나 금니가 꼭 필요한 환자에겐 먼저 “다른 병원에서 치료 받으라”고 한 뒤 치아 상태를 설명해준다. 직접 치료할 수도 있지만 환자 입장에선 ‘돈 벌려고 괜히 비싼 치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편한 마음으로 치료받도록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속은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치료받은 치아는 분명 오래 가지 못해요.”

강씨가 운영하는 치과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없다. 카운터도 비어있다. 강씨 혼자 진료와 상담, 수납까지 도맡아 한다. 치료 중에 전화가 오면 나중에 전화를 되걸어 문의에 답변하거나 진료 예약을 받는다. ‘돈 되는’ 진료를 안 하니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직원을 뽑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환자를 응대하니까 오히려 환자가 늘었다.

얼마 전 강씨 치과에 치아가 파인 상태로 2년 반을 살아온 청년이 찾아왔다. 기존에 다니던 치과에서 금니를 씌우려고 치아를 팠지만 이후 돈이 없어 방치해 둔 것이다. 강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환자를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일부 치과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치과가 살아남으려면 공장 도자기처럼 치아를 찍어내야 돼요. 그러니 굳이 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도 ‘만들어서’ 치료하는 경우도 있는 거죠.”

강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신문이나 중국요리를 배달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 검정고시를 통해 1992년 서울대 치대에 입학했다. 본인이 어려운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취업 등의 이유로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이 오면 ‘멘토’ 역할을 자처한다.

“치아가 아픈 원인이 스트레스일 수도 있어요. 그들에게 필요한 건 신경치료가 아니라 공감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제대로 된 치료죠.”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