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에 폐품된 ‘이멜다 명품구두’… 박물관 관리소홀로 훼손

입력 2012-09-24 19:13

필리핀의 전 퍼스트레이디 이멜다 마르코스의 전설적인 명품 구두 컬렉션이 곰팡이와 관리 소홀 등으로 대부분 훼손됐다고 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19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의 미국 망명 이후 이들 부부의 소유품이 사실상 관리가 되지 않다가 최근 빗물에 젖으면서 대부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는 것.

마르코스 대통령이 실각하자 후임자인 아키노 코라존 대통령은 이멜다의 고급 구두 수천 켤레를 일반에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사치스러웠던 이멜다의 생활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이 구두 중 상당수는 몇 년간 대통령궁에 방치되다 마닐라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곰팡이와 좀벌레, 흰개미 때문에 이미 훼손이 심한 상태였는데, 지난달 쏟아진 열대성 폭우로 박물관 천장에서 빗물이 새는 바람에 대형 종이상자 150여개에 담긴 구두 등이 흠뻑 젖어버렸다. 상자에 마르코스 부부 소유품이 담긴 사실을 몰랐던 박물관 직원들은 깜짝 놀라 복원을 시도 중이다. 국립박물관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 만큼 최대한 원상회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각 직후 이멜다가 소장한 구두는 3000켤레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최소 1220켤레라고 보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