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종목 그들만의 승부] (3) 사격

입력 2012-09-24 19:11


‘런던 효과’ 딱 한달… 관중도 스릴도 없다

사격은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에 큰 선물을 안겨준 종목이다. 대회 초반 잇단 오심 판정으로 메달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된 가운데 진종오(33·KT)가 남자 공기권총 10m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땄다. 사격은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내며 대한민국의 종합 5위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많은 국민들이 진종오와 김장미(20·부산광역시청)의 결선 경기가 있는 날이면 밤잠을 설치며 TV앞에 모여 선수들이 한 발 한 발 쏘는 데 스릴을 느끼며 열광했다.

그로부터 약 한달여가 지난 20일부터 대구사격장에서 제21회 경찰청장기 전국 사격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국내 5대 사격 메이저대회로 실업팀 소속 뿐 아니라 중·고·대학부, 장애인까지 참가하는 전국 규모의 큰 대회였다. 물론 진종오, 김장미, 최영래(30·경기도청), 김종현(27·창원시청) 등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총출동했다.

당시의 환희와 기쁨을 생각하고 들른 대구사격장. 하지만 여기저기서 ‘탕탕’ 하는 총소리만 들릴 뿐 이에 집중하는 관중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격이 벌써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는 느낌이었다. 대표팀 변경수(54) 총감독은 “아시안게임 열기는 약 보름, 올림픽으로 인한 관심은 딱 한 달이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변 감독은 이에 더해 올림픽이 끝난 후 선수들을 불러모아 따로 정신교육까지 시켰다고 한다. 올림픽 열기는 한 달이 채 못가니까 갑자기 국민들의 관심이 없어지더라도 동요하지 말고 묵묵히 총을 쏘라는 것이었다. 진종오가 속해있는 KT 사격단 차영철(53) 감독도 진종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2008년 12월 개장한 대구사격장은 겉으로 보기엔 최신식 시설을 자랑했다. 하지만 관중 친화적인 공간이 너무 부족했다. 공기권총 10m 사격장에는 선수들이 총을 쏘고 있는 사대 바로 뒤 약 세줄 가량의 의자만 관중석으로 놓여있었다. 이에 따라 그 자리에는 사격 선수들의 동료나 코칭스태프, 가족이 앉으면 꽉 차는 구조였다. 런던올림픽 사격 장소였던 영국 런던 왕립포병대기지에 비해선 너무 초라한 모습이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대구사격장이 런던올림픽과 같이 총을 쏘면 바로 점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식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선수들은 총을 쏘기 전에 직접 종이 표적지를 설치하고, 사격이 끝나고 나면 또다시 선수들이 직접 종이 표적지를 가져와 심판에게 전달했다. 한 발 한 발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는 스릴을 느낄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사격연맹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전자식 사격장이 창원사격장 딱 한 군데뿐이라 아쉽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약간의 희망은 보였다. 대구사격장은 일반인도 와서 직접 총을 쏠 수 있다. 대회 기간에 몇몇 시민들이 직접 사격장으로 와 클레이 사격을 하는 모습이었다. 런던올림픽 이후 국민들이 사격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진종오는 “점점 사격이 대중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사격은 생각보다 쉽다. 사격장에 가면 누구나 총을 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