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남발 토양개량제, 오염제 되나

입력 2012-09-24 19:14

전남지역 농가에 친환경 농업의 확산을 위해 대량 공급된 토양개량제가 오히려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전남도는 올 들어 예산 201억원을 들여 22개 시·군 농가에 14만9000여t의 토양개량제를 공급했다고 24일 밝혔다. 토양개량제는 무분별한 화학비료 사용으로 산성화된 농경지를 식물생육에 적합하도록 개량하기 위한 것이다.

점토와 합성고분자를 섞어 만든 제품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규산, 석회고토, 패화석 등이 첨가돼 토양의 성질을 농업 하기에 알맞도록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토양개량제는 1957년 농림당국이 친환경 농업의 확대와 환경보호를 위해 국비와 도비 등을 들여 공급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포대당 현재 2600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문제는 토양개량제가 실제 농지에는 살포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들의 자체 부담 없이 무상 공급되는 이유가 크다. 이로 인한 예산낭비는 물론 농가 또는 마을회관 주변과 공터, 도로변, 논두렁 등에 장기간 보관 중인 토양개량제의 비닐포장이 뜯기거나 녹아내려 환경오염의 공범이 되고 있다. 이농현상과 고령화에 따라 일손이 부족해진 농촌 곳곳에서 사실상 버려진 토양개량제는 콩알처럼 생긴 내용물이 돌처럼 굳고 썩으면서 냄새까지 진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무안읍 일로읍 한 공터 등 전남지역 농촌 곳곳에는 토양개량제 수십∼수백포가 마구 버려져 있다. 몇 년이 되도록 수거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필요한 농가에만 공급돼야 할 토양개량제가 ‘공짜’인 탓에 대부분 마을단위로 신청한 뒤 무작정 쌓아두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 살포를 위한 농기계 부족, 전남도 등의 사후관리 부실 등도 각 농가에서 토양개량제를 방치하는 직·간접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전남도는 토양개량제 미살포 비율이 0.02%에 불과하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만 펴고 있다. 도 관계자는 “농가부담이 없는 탓에 토양개량제 관리가 부실한 것이 현실”이라며 “살포를 하지 않았다가 적발된 지자체나 해당 마을은 공급 대상에서 앞으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살포되지 않는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개선책이 아니라 징벌적인 방법만을 내세우고 있어 개선이 제대로 이뤄질지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무안=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