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세트 눈속임 ‘과대포장’ 눈살
입력 2012-09-24 18:50
추석 대목을 맞아 선물세트의 과대포장이 여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와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 함께 과대포장을 줄이자는 취지의 농산물그린협약을 맺었지만 일부 매장에는 여전히 과대포장된 추석선물세트가 수두룩했다.
지난 주말 서울 주요 지역 대형마트를 둘러본 결과 과일이나 건강식품 코너에서 추석 선물용으로 과대포장된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3일 찾은 서울 영등포동 한 대형마트 지하 2층엔 추석용 유기농식품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었다. 상자 안엔 유기농 표고버섯 100g과 동고 70g, 버섯칩 100g이 각각 작은 종이상자에 담겨 함께 포장돼 있었다. 이들 물품이 한꺼번에 포장된 상자는 컸지만, 막상 버섯 등의 식품이 전체 상자에서 차지하는 부피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과상자는 내용물을 개별 포장하고도 빈 자리가 많았다. 12개가 들어갈 수 있도록 나눠진 상자 안에 10개의 사과가 들어 있었고 바닥엔 두꺼운 종이 포장지가 깔려 있었다. 각각의 사과도 두세 겹으로 싸 포장한 뒤 그 위에 띠지까지 둘렀다.
인근에 있는 다른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삼 10뿌리가 담긴 건강식품 세트의 상자는 인삼 길이의 두 배 이상이나 됐다. 나머지 빈 공간은 전부 솔잎으로 채워져 있었다. 판매직원은 “솔잎으로 채워 미관상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과일이 담겨 있는 세트의 경우 각각의 과일을 그릇 모양의 스티로폼과 비닐로 이중 포장해 많은 부피를 차지했다. 이들 마트가 정부와 맺은 농산물 그린협약이 무색할 만큼 과대포장이 많았다.
전문가에 따르면 배 포장용 골판지 상자를 간소화할 경우 연간 종이 사용량을 2만t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또 띠지를 사용하지 않을 땐 박스당 평균 1000∼1500원의 포장비용을 아낄 수 있다.
농산물그린협약은 과도한 낭비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유통업체가 자율적으로 농축수산물 선물세트를 포장하고 남는 공간을 25% 이하로 하고, 포장횟수를 2회 이내로 제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과일 선물세트는 띠를 두르지 않는 제품을 2015년까지 7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포장재의 압축강도를 낮추고 컬러인쇄를 자제하는 한편 재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로 점차 바꿔 간다는 내용도 협약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참여하는 업체가 백화점 3곳과 유통업체 4곳뿐이어서 소형마트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 등은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소시모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해보니 일부 매장에서 과대포장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며 “먼저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과대포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미나 이사야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