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지갑이 안 열린다… 민간소비 36개월째 꽁꽁

입력 2012-09-24 18:52

민간소비 냉각기가 사상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때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소비침체가 내수부진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실질)이 36개월째 경제성장률(실질)을 밑돌고 있다. 2009년 3분기에서 지난 2분기 사이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8.7%를 기록한 반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0.4∼6.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장기 내수침체는 외환위기(96년 3분기∼98년 4분기), 카드대란(2002년 4분기∼2005년 1분기) 때도 각각 30개월간 벌어지는 데 그쳤다. 유례없는 장기 내수침체 현상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기업, 가계 등 국가 전체가 벌어들인 돈이 실제 소비 여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버는 돈이 구매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신용(잔액 기준) 증가율(명목)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18개월째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6∼9.1%에 달했지만 성장률은 3.5∼7.0%에 그쳤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성장률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잖은 이자 부담이 지속되면 소비 여력은 더 떨어지고 이로 인해 내수가 심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의 가계금융조사 통계에 따르면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가구는 2010년 71.8%에서 지난해 74.2%로 늘어났다. 이자 부담 때문에 식품·외식비(39.7%), 레저·문화비(26.2%) 등을 줄이겠다는 응답도 많았다. 반면 내수와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적은 저축·투자(16.1%), 교육비(4.8%)를 줄이겠다는 비중은 높지 않았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내수마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우리 경제가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연구원은 “외부 충격으로 수출 성장세마저 꺾인 점을 고려하면 성장동력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