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는 개미 무덤… 1조5000억 날려

입력 2012-09-24 18:52

주가가 수백%씩 오른 정치인 테마주에 투자하고도 개미(개인투자자)들은 1조5000억원을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테마주 투자는 결국 누군가가 막대한 손실을 뒤집어쓰는 ‘폭탄 돌리기’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1년간 정치인 테마주 35개 종목의 최고주가가 평균 331%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195만개 계좌에서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중 99%(약 1조5000억원)는 개인투자자 돈으로 한 종목에서만 26억원을 날린 사람도 있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16개 ‘대선 테마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약 1개월간 16개 종목에 투자한 계좌 21만개에서 670억원이 날아갔지만 정작 주가는 저점 대비 평균 172% 급등했다. 손실액의 99.26%(665억원)는 역시 개인투자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테마주는 기업 실적 등과 무관하게 투기 수요로 부풀려진 거품”이라며 “높은 투자수익이 보장된다는 통념과 달리 주가 변동성이 크고 예측은 불가능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테마주의 시가총액이 크게 불어난 만큼 투자금액 기준으로 55% 정도는 이익을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마주의 허망한 운명을 보여주듯 그동안 폭등했던 정치인 테마주가 24일 증시에서는 줄줄이 동반 폭락했다.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은 전날에 비해 가격제한폭(1만4900원)까지 내린 8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써니전자, 미래산업, 솔고바이오, 우성사료 등도 14% 이상 추락했다. 업체 관계자가 안 후보와 직간접적 친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인맥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이다. 대표적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도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