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3 약발 다했나… 글로벌 침체에 한국도 경보음 요란
입력 2012-09-24 18:5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차 양적완화(QE3) 효과가 약발이 다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도 경기부양에 뛰어들었지만 반짝 달아오르던 세계 금융시장은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재차 부각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여기에다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잇달아 발표되는 실물경제 지표들은 경기침체 경고음만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4분기에도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내다보고 있다.
◇경기부양 효과는 언제쯤=지난 14일 ‘QE3 훈풍’에 20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지지부진하면서 24일까지 0.2% 하락했다. 9조원대까지 치솟았던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21일부터 다시 4조원대로 떨어졌다. 세계 각국의 증시 사정도 마찬가지다. 14일 이후 21일까지 미국 다우지수는 0.1%, 영국 FTSE지수는 1.1%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유로존 국가들은 스페인에 전면적 구제금융과 재정긴축을 요구하지만 스페인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돼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제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중국의 경기 상황도 좋지 않다. 유로존의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이달 45.9를 기록하며 지난 39개월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중국의 제조업 PMI도 47.8로 50에 미달했다.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 하강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기를 반영하는 국제유가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QE3가 발표되자 배럴당 99.00달러로 상승했지만 어느새 92.89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달러화가 풀리면 국제 원자재가격이 동반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침체에 무게가 더 실려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압박 거세=수출기업 비중이 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은 아직 어둡기만 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국내 주요 상장사 114곳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1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4% 줄어들었다.
당초 3분기부터 국내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을 기대했던 정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QE3 정책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민간 부문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환율, 기준금리 등에서 대응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일단 정부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환율에 대해 인위적인 시장개입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의 손실이 커져 국내 경기회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QE1보다 QE2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QE3에 따른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환율이 급변동하면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소비 모두 비관적이라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에 대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관계자는 “시장의 인하 압박을 잘 알고 있다”며 “QE3 이후 대외여건을 종합, 새로운 경제 전망과 함께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맹경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