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이 더 좋아” 비교 광고전 가열

입력 2012-09-24 18:47

“삼성 지펠 857ℓ 냉장고가 타사 870ℓ 냉장고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불편한 진실.”

지난달 22일 삼성전자 공식 혼수가전 유튜브 블로그인 ‘신부이야기’에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분해한 두 대의 냉장고 중 어느 쪽에 더 많은 물이 들어가느냐를 실험했다. 그리고 지난 21일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2탄이 올라왔다. 비교 대상은 900ℓ급 냉장고였다. 물을 붓는 것에서 나아가 캔음료와 참치캔까지 채워 넣었다. 삼성이 1, 2탄에서 비교한 타사 제품은 LG전자 냉장고였다.

결국 LG는 24일 삼성의 ‘부당 광고 행위 금지 청구’를 내용으로 한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LG는 “삼성의 광고행위는 기만적인 광고, 부당 비교 광고, 비방 광고 및 부정경쟁행위”라며 “LG의 명예, 신용 등 인격권을 심각히 침해한다고 판단, 권리 보호를 위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냉장고 용량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광고 전쟁에서 나아가 법정 싸움까지 간 것이다.

지난 7월 삼성은 세계 최대 용량이라며 900ℓ급 ‘T9000’을 선보였지만 LG가 910ℓ급 냉장고를 내놓으면서 2주 만에 ‘세계 최대’ 타이틀을 내놔야 했다. 삼성과 LG처럼 가전·IT업체 간 스펙 싸움이 ‘비교 광고’로 격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사 제품이 경쟁사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자사 스마트폰 드로이드 레이저M과 애플 아이폰5를 비교하는 지면광고를 구글플러스 등에 게재했다. 광고엔 애플이 iOS6 버전부터 구글맵 대신 넣은 ‘애플맵’을 사용할 경우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대놓고 표현했다. 모토로라는 애플과 경쟁관계인 구글의 자회사다.

애플과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에서 아이폰5와 갤럭시S3 사양을 비교하는 TV·신문 광고를 진행했다. LG전자는 지난 13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전면광고에서 스마트TV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IT 전문지 씨넷의 평가를 인용, 삼성전자와 소니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한상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비교 광고가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정서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비교 광고를 했던 기업이 역으로 당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