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현지 법인에 “말 조심해!” 왜?…中·日 센카쿠분쟁 장기화 불똥 튈라
입력 2012-09-25 04:31
국내 대기업들이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상황을 긴장감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중국과 일본의 현지법인에 각각 ‘영토분쟁과 관련해 오해 살 만한 행동을 절대 하지 마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일본, 두 시장 중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우리 기업으로선 조그만 반사이익을 노리다가 큰 시장을 잃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일 영토분쟁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며 절대 중립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24일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항의하는 중국 내 반일시위가 극에 달했던 지난주 초 중국과 일본의 현지법인에 ‘업무시간은 물론 퇴근 이후 현지인들과의 접촉과정에서 영토분쟁과 관련해 오해를 살 수 있는 어떠한 언행도 금지하며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국내에 즉시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면서 “전화 등을 통해 수시로 중·일 현지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중국 내 반일시위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내에서도 우익세력이 반중집회를 열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라며 “중·일 영토분쟁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중국 또는 일본 내 매출을 신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외신과 국내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일부 업종이 중·일 영토분쟁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손사래를 치며 과민반응을 보였다. 외신 등은 중국 내에서 일본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의 IT·자동차·항공·관광·유통업계 등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관측들이 국내 기업을 돕기보다 오히려 일본 내 반한감정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가뜩이나 독도 문제로 일본과 긴장관계인 상황에서 중·일 영토분쟁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일본 내 국내 기업들의 활동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 문제와 중국 어선 단속 등으로 혐한(嫌韓) 감정이 사라지지 않은 중국 시장도 안도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재계 관계자는 “영토분쟁은 민족주의 성향을 내포하고 있어 한 기업이 중국 또는 일본 국민들에게 잘못 낙인찍힐 경우, 그 시장에는 영원히 발붙일 수 없다”면서 “우리 기업들은 작은 반사이익을 노리다 소탐대실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