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정당 없다” 40.5% ‘안철수 현상’이 무당파 키워… 두달새 13.2%P 증가
입력 2012-09-24 18:48
정치권에서 “차기 대통령은 무당파가 뽑는다”는 말이 심상찮게 들린다. 올 대선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른바 무당파의 영향력이 클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파층이 예전보다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나는 무당파’라고 응답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23일 발표된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40.5%로 새누리당(32.5%), 민주통합당(25.0%) 지지자들보다 더 많았다. 지난 7월 본보 조사에서 무당파는 27.3%였다. KBS와 미디어리서치의 같은 날 발표된 조사에서도 무당파는 21.1%로 3주 전 조사 때보다 2.7% 포인트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무당파가 늘어난 이유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영향을 우선 꼽고 있다. ‘안철수 현상’이란 게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를 표방한 것이어서 그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무당파층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19일 출마선언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본보 조사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 무당파는 55.1%에 달했다.
또 같은 조사에서 19∼29세의 무당파 비율은 57.1%, 30대는 48.8%였고,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33.4%, 30.8%였다. 정치 무관심 또는 기존 정당을 찍어본 경험이 적어 일체감이 덜한 젊은층의 비율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무당파 증가의 요인이다.
설문 배치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요즘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은 앞부분에서 안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 후보 간 단일화 때 누굴 찍을지, 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안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 등을 묻고 있다. 따라서 응답자들은 수차례 안 후보를 지지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통상 설문 끝부분에 배치된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의 일관성 차원’에서 무소속인 안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자신을 ‘무당파’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글로벌리서치 김명준 이사는 24일 “예전에는 지지 정당이 없어도 대충 여야 정당들 중 한쪽을 찍었지만, 지금은 강력한 무소속 후보가 등장하면서 유권자들도 무당파임을 밝히기 좋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무당파에게 일종의 ‘커밍아웃’ 기회가 온 것이란 분석이다.
특이한 점은 제1야당의 문 후보 지지자 10명 중 4명 정도가 무당파(37.5%)였다. 또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박 후보 지지자들 중 25.4%는 무당파였다. 이에 대해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상무는 “선거가 치열하면 지지 정당 의사도 (무당파가 아니라) 여야로 명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선거는 지역구도나 여야 대결구도가 아직 팽팽하지 않아 유권자들도 특정 지지 정당을 꼭 가져야 한다는 ‘선택의 강요’를 덜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