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 “일방적 보여주기 탈피 관객과 직접 소통”

입력 2012-09-24 18:16


“비엔날레 행사장에 웬 공사?” 제7회 부산비엔날레가 개막된 지난 22일 주 전시장인 부산 우동 부산시립미술관. 건물 외벽은 검은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 곳곳에는 비계(공사를 위한 임시 가설물)가 놓여 있었다. 마치 공사장 같은 건물 입구를 지나 전시관에 들어서니 낡은 신발 수십 켤레가 로비에 널려 있었다. “이건 또 뭐지?”

부산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을 본격 관람하기에 앞서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두 가지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둘 다 작품이다. 건물 외벽은 최윤식 건축가가 어딜 가나 공사 중인 부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설치작품이고, 낡은 신발은 부산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의 신발을 모아 종이꽃과 함께 장식한 성효숙 작가의 작품 ‘새벽 3시’다.

11월 24일까지 64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배움의 정원(Garden of Learning)’이다. 독일 출신의 로저 M. 뷔르겔(50) 전시감독은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작업에 함께 참여하면서 서로 배우는 과정을 통해 현대미술이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소통하는 전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전시는 부산지역 각계 인사 80여명으로 구성된 ‘배움위원회’가 작업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전시는 본 전시, 특별전, 갤러리 페스티벌, 비엔날레 어번스퀘어 등으로 나뉘어 22개국 107명의 작가가 38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본 전시에는 김용익, 다다수 다카미네(일본), 리드위엔 반 드 벤(네덜란드) 등 국내외 작가 41명이 참가했다.

부산의 오래된 아파트를 전세로 빌려 그곳에서 작업한 미국 작가 메리 엘렌 캐롤의 ‘NO. 18’, 수 십 개의 사슴뿔을 3차원적인 설치작품으로 전시하는 태국 작가 사카린 구루에온의 ‘기념비’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대부분 관객 참여형 작품이어서인지 작가의 독창성을 드러내며 시선을 압도하는 작품은 없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여기저기 분산돼 있어 다소 산만한 감도 있었다.

프랑스 유학생 함선재씨 등 큐레이터 9명이 기획한 특별전 ‘아웃사이드 오브 가든’에는 65명의 작가가 부산문화회관, 부산진역사, 광안리 미월드 등에 185점을 설치했다. 또 부산역 등 부산시내 20곳에 가로 2.3m, 세로 80㎝, 높이 1.9m 크기의 나무로 제작한 간이 전시장(부띠끄)을 마련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입장료 4000∼7000원, 특별전은 무료.

부산=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