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복환] 온실가스 감축 서두르자
입력 2012-09-24 18:39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배출하는 것을 흔히 ‘BAU(Business As Usual) 상태의 배출’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BAU 대비 온실가스를 30%까지 줄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살면 어떤 일이 생길까. 국립기상연구소가 국제 표준 온실가스 시나리오를 이용해 분석한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평균기온이 3.2도 상승하고 전 해상의 해수면은 평균 27㎝ 높아진다. 대부분 국토가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여름은 5개월 이상 지속된다. 열대야는 30일 정도로 지금보다 6배 이상 늘어난다.
동백나무가 서울까지 북상하고 남산에서 소나무를 볼 일이 없어 애국가 2절의 내용마저 바꿔야할지 모른다. 또 해수면 상승으로 여의도 면적의 7.7배에 달하는 국토가 범람의 피해를 입게 된다. 기상재해는 해마다 심각해져 2100년까지 280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면 기상재앙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암울한 미래에 대비한 방책은 없을까. 기왕에 발생한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세계는 앞다투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 하고, 그 실행의 주요 수단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거나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란 각 기업에 배출량을 할당한 뒤 할당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다른 기업에서 배출권을 구매하고, 할당량보다 적은 양을 배출한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판매하는 시장친화적 온실가스 감축 제도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현재 배출권거래제의 세부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입법예고 중이다. 시행령은 배출권거래제 주무관청을 환경부로 하고, 온실가스감축 할당량에 대한 기업의 비용부담을 1차 시기인 2017년까지는 면제하되, 2020년까지 3년간은 3%, 2025년부터는 10% 이상으로 점차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령 제정을 총괄한 녹색성장위원회는 유럽연합(EU) 등 이미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하여 배출권거래제도가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고 오히려 감축 기술을 통해 새로운 산업 경쟁력을 촉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 설계에 치중하였다. 또한 업종별 간담회, 전문가 간담회, 환경단체 간담회를 20차례 이상 개최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대부분의 정부 입법은 특정 부처에서 미리 만든 후에 다른 부처와의 협의 절차를 거쳐 완성된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령은 처음부터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의 공무원들이 녹색성장위원회라는 한자리에 모여 제도 설계에 총의를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는 시대적 사명을 위한 제도이다. 정부의 범부처, 산업계, 학계,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 각계의 뜻과 의지가 합쳐져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막 서막을 올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의 성공적 안착과 온실가스의 효과적인 감축을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성원, 참여가 절실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에 정부나 기업, 시민의 구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 모두를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유복환(대통령직속 녹색성장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