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위안부 문제 사죄할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입력 2012-09-24 18:38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23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문제에 대해 “끝난 일”이라며 사과나 배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로 보상 문제가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의미다. 아울러 그는 일본의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이며, 유감”이라고 했다. 적반하장격 망언이다. 일본 최고 정치지도자의 저급한 인식 수준을 재확인하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지난 8월 27일에도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문서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 설치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는 구(舊)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위안부로서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진 모든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전한다”는 1993년의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마저 20여년 만에 부정한 것이다.
노다 총리가 몸담고 있는 민주당은 야당 시절 정부 차원의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전시 성적 강제 피해자 문제 해결 촉진법안’을 낸 적이 있다. 그랬던 민주당 정권이 불안한 일본 내 정세와 보수 여론, 그리고 냉랭해진 한·일 관계 등을 의식해 표변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에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해야 했던 피해자들은 지금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필리핀에 존재한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던 네덜란드인도 있다. 이들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유엔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는 보고서를 10여 차례나 만들었다. 미국 하원과 유럽 의회, 네덜란드 의회는 일본 정부가 젊은 여성들을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로 이용하기 위해 징용했으므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처럼 세계가 일본의 만행을 나무라고 있음에도 유독 당사국인 일본만 허튼소리를 되뇌고 있다. 잘못된 과거사를 참회한 독일과 달리 일본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일본 정부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생존자는 60여명뿐이다.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일본 정부가 사죄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피해자들이 가슴 속에 한을 품고 모두 숨져버리면 일본은 사죄하고 싶어도 사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유념해 조속히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와 배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