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면 ‘지주막하 출혈’ 위험 2.8배 높아

입력 2012-09-24 17:50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킬 위험이 비(非)흡연자보다 2.8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윤병우(사진) 이승훈 교수팀은 지주막하 출혈 환자 426명의 흡연경력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지주막하 출혈은 뇌출혈의 일종으로 치명률(죽음에 이르게 하는 비율)이 50%에 달하며, 65세 이하 뇌졸중 환자의 27%를 차지하는 병이다.

사람의 뇌는 두개골 안쪽으로 경막, 지주막, 연막 등 3중 보호 뇌막에 갇혀 있다. 지주막(蜘蛛膜)은 이 중 중간지대에 있는 것으로 마치 거미줄 모양과 같은 막이란 뜻이다. 또 지주막과 가장 안쪽의 연막 사이 공간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대부분의 큰 혈관이 지나다니는 통로인 동시에 뇌 척수액이 교류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 뇌혈관이 터지게 되면 피가 가장 먼저 지주막과 연막 사이, 즉 지주막 하(下) 공간에 스며들게 된다. 이 상태를 지주막하 출혈이라고 한다. 지주막하 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뇌동맥류 파열이고, 무엇인가에 머리를 부딪치는 두부 외상에 의해서도 종종 발생한다. 뇌동맥류 발생 및 파열의 최고 위험인자는 고혈압과 흡연이다.

윤 교수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등 전국 33개 병원에서 지주막하 출혈 진단을 받은 환자 426명과 정상인 426명의 흡연경력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운 햇수(갑년)가 19년 이하인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지주막하 출혈 위험이 2배, 20∼29갑년 흡연자는 3.2배, 30갑년 이상 흡연자는 5.7배 등 평균 2.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5년 이상 금연을 실천한 사람의 경우 지주막하 출혈 발생률이 비흡연자 대비 1.1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담배를 5년 이상 끊었더니 평생 담배를 한 번도 안 피운 사람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지주막하 출혈 발생 위험이 낮아졌다는 얘기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JNNP)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