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수차례 사과… “진정성 없다” 되레 역풍
입력 2012-09-24 18:48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그동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피해자와 가족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다. 동시에 박정희 정권의 업적을 강조하며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이미 수없이 사과했다”는 박 후보를 향해 “진정성이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박 후보는 2004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 “아버지 시절 여러 가지로 피해 입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는 “아버지 시대에 불행한 일로 희생과 고초를 겪으신 분들과 그 가족에게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아버지 시대에 본의 아니게 불행을 당한 분들께 사과드리는 것은 진심과 충정을 담은 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에는 이상일 대변인을 통해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사과는 번번이 빛이 바랬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후보 청문회에서 그는 “5·16은 구국의 혁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시절 잘잘못은) 역사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라가 혼란스러웠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잘못하면 북한에 흡수될 수도 있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지난 5년 동안 회자되며 박 후보의 기본적인 역사인식으로 통했다. 지난 7월 새누리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도 “5·16은 아버지가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 아닌가.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과거사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급기야 지난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선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하시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다”며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 그 부분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는 박 후보가 2007년 인혁당 사건 재심에서 나온 무죄 판결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당내에서조차 역사관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결국 박 후보는 2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정희 정권의 피해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가치를 훼손했다”고 평가하기에 이르렀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