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S주유소 ‘뚝’… 에쓰오일 ‘쑥’

입력 2012-09-23 21:48


정부의 지속적인 기름값 인하 압박 정책으로 4대 브랜드 주유소의 비중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 1·2위를 차지하던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2년9개월 사이 각각 394개와 495개 주유소가 간판을 내렸다. 대신 같은 기간 에쓰오일은 141개가 늘어났으며, 알뜰주유소도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23일 발표한 한국석유공사의 회사별 전국 주유소 현황 파악 자료를 보면, 직영과 자영을 포함해 SK 간판을 달고 있는 주유소는 전국에 4243개(20일 기준)다. GS칼텍스는 3057개, 현대오일뱅크는 2340개, 에쓰오일은 1998개를 점유하고 있다. 전국에 운영 중인 주유소 총 1만2878개 가운데 SK에너지 33%, GS칼텍스 24%, 현대오일뱅크 18%, 에쓰오일이 15%의 비중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0년 1월말에 비해 SK에서 기름을 공급받는 주유소 숫자가 8.5% 줄었다는 의미다. GS칼텍스 역시 같은 기간 동안 13.9%나 줄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3.1% 감소했다. 오직 에쓰오일만 7.5% 증가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신규 주유소 확장정책으로 꾸준히 브랜드 주유소를 늘려간 영향”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사를 합쳐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던 SK와 GS의 감소 추세가 두드러진다. 2011년 1월까지만 해도 양사의 점유율은 62%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57% 수준이다.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비쌌던 두 회사의 주유소들이 에쓰오일과 브랜드 없는 무폴 주유소로 옮겨간 셈”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가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728개가 신규 등장한 것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해 오는 기존 주유소의 브랜드 대 비브랜드 비중은 7:3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이외에도 브랜드별 석유제품을 섞어 파는 혼합판매제도와 석유 공급 원가를 공개하는 전자상거래 제도를 본격 추진하고 있어 주유소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SK와 GS는 자사 석유 제공 브랜드 주유소가 줄고 있는 현상에 대해 “가격보다는 땅값 영향”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던 여의도 SK 경일주유소가 에쓰오일 직영점으로 바뀌었고 서울 서교동의 청기와 주유소와 서초동 삼풍주유소 역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GS칼텍스 관계자는 “1만개가 넘는 국내 주유소는 8000∼9000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분석”이라며 “내수 대신 수출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주유소 숫자 감소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