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일본인과 개는 출입금지”
입력 2012-09-23 20:54
“일본이 (센카쿠열도 국유화) 계획을 밀어붙이면 중·일 관계는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는 지난 6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취재에 응해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대사 교체를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 일본은 대중 외교가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후임 대사로 임명된 니시야마 신이치(西宮伸一)가 갑자기 숨지는 일까지 당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불행하게도 니와 대사의 충고는 정확했다는 게 드러났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지난 20일 이렇게 지적했다. ‘일본은 중국의 국가 의지에 대해 엄중한 오판을 하고 있다’는 제목을 단 한 대학교수의 기고문을 통해서였다.
“일본인과 개는 우리 가게에 들어오지 마세요.”
반일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8일 저녁 베이징 시내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한 식당은 출입문 위에 설치한 전광판에 이러한 문구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첫 느낌은 섬뜩함이었다. ‘중국인과 개는 출입금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 앞에서 초라했던 중국인들은 조계지에 속한 상하이 황푸(黃浦)공원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이제 그때의 아픔을 고스란히 돌려주고야 말겠다는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만주사변이 발발했던 81년 전과는 다르다.”
만주사변이 시작된 ‘9·18 국치일’이었던 그날, 관영 언론들은 하나 같이 “이제 우리에게는 힘이 있다”며 더 이상 외세에 굽히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경제력에다 무력까지 갖췄다는 것이다.
중국 군부는 실전 연습을 강행하면서 ‘전쟁 불사’까지 외쳤다. 일본 상품에 대한 통관 지연 등 경제제재도 가해졌다. 일본은 마침내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기에 이르렀다. 중국에서 대외 문제를 둘러싼 강경 대응 기류는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다른 의견이 자리 잡을 틈이 없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관영 언론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주변국과의 갈등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일색이다. 중국이 한목소리만 나오는 사회라는 점이 그들이 내세우는 ‘힘의 논리’만큼이나 위험해 보인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