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1주년 “재벌이라도 엄벌… 성범죄 친고죄 폐지해야”
입력 2012-09-23 19:12
양승태(64·사진) 대법원장은 23일 대기업 총수 재판과 관련, “‘법 앞에 평등’이라는 명제가 국민 앞에 각인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27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KBS ‘일요진단’에서 재벌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최근 판결들에 대해 “엄벌을 받을 만한 행위를 한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엄벌을 받아야 되고 재벌이라도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면에 엄벌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또 재벌이라고 해서 엄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모두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은 “다만 경제 범죄에 관한 일반인의 인식이 과거와 달라져 가고 있고 그런 인식 변화가 양형에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 대법원장은 성폭력 친고죄 폐지 입장도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성폭력범에 대해 법원의 양형이 낮게 형성된 결정적인 이유는 현행법이 강간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친고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고죄는 성범죄 피해자의 고소가 있을 때 수사에 착수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어 “성폭행은 개인의 법익이 아니라 전 사회를 어지럽히는 무서운 범죄로 봐야 하므로 친고죄로 유지해야 할 사회적 근거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라 양 대법원장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은 성범죄와 관련한 외부 비판에 대해 우회적으로 해명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관 인선에서 여성이 배제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고법 부장판사 이상이 150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여성은 단 4명”이라며 “여성 법관들의 숫자가 많지만 아직 경력이 오래되지 않았다”고 인선의 어려움을 전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