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교폭력 수험생 자필 확인서’ 혼선

입력 2012-09-23 19:03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입시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 미기재 고교의 수험생들로부터 자필 확인서를 받으라고 대학에 요청하면서 대학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23일 교과부에 따르면 교과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20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전국 66개 대학의 입학처장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올해 입시생 중 학교폭력 미기재 고교 20곳의 고3 수험생을 상대로 학교폭력 사실 관계 확인서를 받으라고 요청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학교폭력 관련 내용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은 것은 ‘필수 서류 누락’에 해당하므로 지원자들로부터 별도의 확인서를 받도록 한 것”이라며 “확인서를 받지 않는 대학은 입학사정관 전형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내년 지원금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침대로라면 학폭 사실 미기재 고교의 학생들은 학폭 가해 사실 여부와 사회봉사·전학 등 자신이 받은 조치를 표시하고 직접 서명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 같은 ‘별도 확인서’가 연초 대입전형시행계획을 수립해 미리 공표하고 예고 없이 바꾸지 않도록 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취지에 맞지 않고, 추후 분쟁의 소지도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A대학 입학사정관은 “애초 모집요강에 명시하지 않는 서류를 이제 와 요구하는 것은 법적 분쟁 위험성이 있다”며 “학교폭력 여부는 당락 결정 요인이 아니라 인성 평가의 일부 요소이므로 그에 대한 평가는 대학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방침도 제각각이다. 교과부의 요청대로 확인서를 받기로 한 대학도 있지만 일부 학교는 확인서를 요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또 일부 대학은 개별 확인서를 받지 않는 대신 모든 지원자에게 학교폭력 가·피해 경험과 개선결과에 대한 설문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직 내부 방침을 정하지 못한 대학들도 많다.

미기재 고교 출신 응시자들도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경기도 B고교에 재학 중인 3학년 김모(18)군은 “친구들 모두 ‘미기재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리한 점수를 받을까 봐 불안해한다”고 토로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