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복 6일만에 검거… 탈주 다음날 밀양까지, 뻥뚫린 포위망

입력 2012-09-23 21:46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배식구를 통해 탈주한 최갑복(50)씨가 6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탈주 하루 만에 경남 밀양시로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추적이 허탕이었음을 드러냈다.

23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2일 오후 4시53분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삼우아파트 옥상 보일러실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최씨는 종이박스를 뒤집어쓴 채 숨어 있었고, 별다른 저항 없이 붙잡혔다. 줄무늬 흰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최씨는 과도 1개, 지갑 1개, 현금 6만원, 신용카드 등을 갖고 있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쯤 삼우아파트에서 12㎞ 정도 떨어진 하남읍 명례리 한 고추농가 농막에서 라면을 끓여먹은 흔적과 ‘죄송합니다. 비강도범, 유명자 최갑복’이라고 적힌 메모장을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또 부엌칼과 이불이 함께 없어진 사실도 확인했다. 이후 인근을 수색하던 경찰은 오후 4시7분 삼우아파트에서 100여m 떨어진 한 가정집 담을 최씨가 넘은 것을 본 여자 집주인이 “도둑이야”라고 외치자 이를 듣고 추격했다. 최씨는 주변 고등학교 담과 주택 2채의 담을 넘어 삼우아파트 옥상으로 도망쳤으나 40여분 뒤 쫓아간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최씨는 지난 17일 오후 11시27분 경북 청도군에서 경찰에 발각돼 화악산으로 도주한 뒤 하루 만에 화악산을 벗어나 경남 밀양으로 잠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최씨는 “탈주 뒤 청도산에서 하룻밤을 잔 뒤 다음 날 몇 개의 산을 넘다보니 밀양이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여러 제보를 종합하면 최씨가 늦어도 18일 밤 이전까지는 밀양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엉뚱한 곳을 맴돌며 수색했다. 최씨는 탈주 당일 방향을 못 잡고 장시간 대구 동구 일대를 배회하다가 다시 동부경찰서와 마주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눈치 채지 못했다. 또 그가 화악산과 남산 일대에 은신했을 것으로 보고 700여명의 경찰과 헬기, 수색견을 동원해 수색했다. 경남 경찰 100여명도 밀양으로 이어지는 화악산 길목을 지켰다.

한편 경찰은 최씨의 추가 범행을 확인한 뒤 도주 혐의를 추가해 24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CCTV 화면이 확보돼 최씨의 유치장 탈출 현장검증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최씨는 검거된 뒤 곧바로 옆 ‘창살 없는 유치장’인 투명 유치장 2호실에 입감됐다. 이 유치장 배식구 크기는 가로 102.5㎝, 세로 11㎝로 앞서 최가 빠져나간 배식구보다 세로 길이가 4.3㎝ 짧다. 대구 동부서는 최씨가 달아난 이튿날인 18일 모든 쇠창살 유치장 배식구에 가로봉을 달아 세로 높이가 9㎝로 좁아졌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