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탄 쏘며 취객 폭행 광란 질주 10대 폭주족들… ‘폭력 게임’ 그대로 따라한다
입력 2012-09-23 21:37
K군(17) 등 폭주족 5명은 지난달 12일 번호판을 가린 오토바이 4대에 나눠 타고 심야 도심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였다. 이들은 거주지인 인천 부평동에서 서울 신길동까지 무려 70여㎞를 오전 2시40분쯤부터 2시간여 동안 폭주했다. 인천 부평구~계양구~서울 영등포역~신림동 구간에서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은 물론 역주행까지 서슴지 않으며 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신림동에서는 취객 엄모(31)씨 주변을 돌며 엄씨의 얼굴에 침을 뱉고 머리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대림동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고생 A양(18)의 옆구리에 BB탄 총을 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K군 등은 GTA4(그랜드 테프트 오토4)라는 게임에 심취해 있었다. K군과 함께 폭주에 가담했던 G군(18)은 경찰 조사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게임 장면이 떠올라 따라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GTA4의 게임 내용은 K군 등이 저지른 범죄 행위와 흡사했다. 폭력 게임의 대명사로 유명한 이 게임은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일반 시민과 경찰을 폭행하거나 살인, 마약 판매, 성매매, 납치 등 강력범죄를 수행하며 점수를 따낸다. 단순 폭행보다 살인에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시스템이다.
청소년 범죄를 유발하고, 10대들의 정신건강을 갉아먹는 잔혹 게임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2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GTA4는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외’ 판정을 받아 유통이 금지된 게임이다. 하지만 파일공유 사이트 등을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GTA4보다 폭력 수위가 높은 ‘맨헌트(인간사냥)2’도 게임 내용이 지나치게 잔혹해 등급외 판정을 받았지만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이 게임은 정신병원에 수용된 주인공이 유리병이나 건설용 공구 등으로 간수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내용이다. 사람을 살해해 인육(人肉)을 먹는 내용의 ‘폴아웃(방사능 낙진)’ 시리즈도 파일공유 사이트 등을 통해 내려받아 실행할 수 있다. 성범죄를 테마로 한 게임도 있었다. ‘PoorSakura(불쌍한 사쿠라)’라는 게임은 ‘사쿠라’라는 여성을 경찰이 납치해 죄수 등에게 성매매를 시켜 돈을 버는 내용이다. 포털 사이트에는 이 게임의 매뉴얼과 함께 주인공 여성이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담은 캡처 사진이 올라와 있다. 또 여성단체의 반발로 판매 금지된 ‘RapeLay(성폭행놀이)’라는 게임도 청소년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다.
이도경 김수현 기자 yido@kmib.co.kr